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철근 누락이 추가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5개 아파트 단지 설계와 감리가 모두 LH 출신이 자리한 전관 업체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숨기다가 뒤늦게 공개한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5개 단지 전부 설계·감리에 전관 업체가 끼어있었다.

LH 공공주택 설계·감리는 보통 2∼4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다. 5개 단지에 총 21개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15개사가 LH 출신을 낀 전관 업체였다.

5개 단지는 준공이 끝난 화성남양뉴타운 B-10BL, 평택소사벌 A7, 파주운정3 A37과 현재 공사 중인 고양장항A4, 익산평화(정비사업)다. 기둥 3∼4개에 전단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는 이들 단지에선 지난달 보수·보강 공사가 마무리됐다.

파주운정3 설계를 맡은 A사는 LH 출신이 2014년 세웠다.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총 20개 단지 중 2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A사와 설계를 공동으로 한 B사도 2020년 LH 출신이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파주운정3 감리는 LH가 직접 했다.

평택소사벌 감리를 맡은 C사 역시 LH 출신 대표다. C사는 인천 검단 아파트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감리에도 참여했다. 철근 누락 3개 단지의 감리를 맡았다. C사가 최근 5년간 LH에서 따낸 감리 용역은 23건, 428억원에 이른다.

화성남양뉴타운 감리를 공동으로 맡은 3개사 중 D사는 LH 출신이 창업해 대표로 있는 회사다. LH 퇴직자 외에도 국방부,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출신이 대거 재직해왔다. D사와 함께 감리를 맡은 E사도 LH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철근 누락 2개 단지 설계와 1개 단지 감리를 맡았다.

화성남양뉴타운을 설계한 F사는 LH 설계 공모에 다수 당선되며 지난해 건축 설계 매출 5위에 오른 회사다. 역시 LH 출신이 임원으로 일했었다. 고양장항은 G사가 설계했는데 이 회사는 C사와 함께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감리를 맡은 곳이다. 고양장항 감리를 맡은 H사 역시 전관 업체다.

전관 업체가 LH 아파트단지 설계·감리용역을 돌아가며 대거 수주하다가 무더기로 부실이 발견된 것이다. LH는 특정 업체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계약을 많이 체결한 경우 감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덜 한 업체를 주관사로 내세우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