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 포털' 다음, 이용자 또 줄었다…"껍데기만 남아" [정지은의 산업노트]
한때 ‘국민 포털’로 통했던 다음 이용자가 부쩍 줄었다. 지난 6월 순방문자는 2029만 명. 최근 5년 최저치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올 연말께 2000만 명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재감 옅어진 다음

한때 '국민 포털' 다음, 이용자 또 줄었다…"껍데기만 남아" [정지은의 산업노트]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다음의 월 순방문자는 올 6월 2029만 명을 기록했다. 다음의 월 순방문자는 4년 전인 2019년 6월(2943만 명) 이후 줄곧 하락했다. 2019년 말 2917만 명, 2020년 말 2613만 명, 2021년 말 2384만 명, 지난해 말 2047만 명 등 해마다 줄었다.

검색 서비스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PC 통합검색 점유율’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다음의 PC 통합검색 점유율은 지난 6월 7%를 기록했다. 이 점유율 역시 2019년(16%)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4%, 2021년 12%, 지난해 8% 등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다음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월 카카오가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 뒤 3개월이 지났지만, 별다른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표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음의 약점이다. 카카오가 2014년 10월 다음을 인수한 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15년 글로벌 가입자가 2800만 명에 달하던 다음의 SNS 서비스 ‘마이피플’을 없앤 게 대표적이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 ‘보이스톡’보다 먼저 모바일인터넷전화 기반 무료 통화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카카오톡과 서비스 영역이 겹치고, 확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내세울 만한 콘텐츠 없어”

마이피플 외에도 다음에서 사라진 서비스가 적지 않다. 2015년엔 음원 플랫폼 ‘다음뮤직’과 클라우드 서비스 ‘다음 클라우드’가 중단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용자 의견을 모으며 여론광장 역할을 했던 ‘다음 아고라’, 여성 게시판 ‘미즈넷’도 2019년 1~2월 문을 닫았다. 지난해 9월엔 ‘다음 블로그’도 폐지됐다.

아예 카카오로 넘어간 서비스도 여럿이다. 국내 최초로 고해상도 360도 파노라마 지도 서비스 ‘로드뷰’로 주목받은 ‘다음 지도’는 ‘카카오맵’으로, ‘다음 웹툰’은 ‘카카오페이지’로 바뀌어 카카오 주요 사업으로 이관됐다. 동영상 서비스 ‘다음TV팟’은 ‘카카오TV’로 통합됐다.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성장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다 보니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며 “한메일넷 시절처럼 특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메일넷은 다음의 전신으로 1997년 5월 등장했다. 무료 이메일을 앞세워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모았다. 한메일넷은 1999년 7월 다음으로 이름을 바꾼 뒤 종합 포털사이트로 성장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