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효과'로 3040 젊은층 유입…'보수 강세' 평택이 흔들린다
삼성 평택캠퍼스 들어서 인구 58만명 돌파
전통 보수지역에 3040 젊은 가족 늘어
"여야 인물 따라 표심도 요동 칠 듯"
경기 평택시의 구도심인 평택갑은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정치 지형이 변하고 있는 지역이다. 2015년 평택을 지역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2017년도 기준 50만 2870명이던 평택시 인구는 지난달 기준 58만 7093명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3040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 아파트 매물을 물어보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경기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예상되는 일반산업단지인 '브레인시티'까지 들어서면 약 1만 8000세대가 새로 입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5선 與의원 배출한 '보수 강세'는 옛말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와 밀접한 평택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전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보수 정당이 집권할 정도로 전형적인 민주당 약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경기 평택 동삭동 푸르지오엘리아츠 재개발 현장. 총 812가구로 2024년 8월부터 입주 예정이다. 원종환 기자
경기 평택 동삭동 푸르지오엘리아츠 재개발 현장. 총 812가구로 2024년 8월부터 입주 예정이다. 원종환 기자
하지만 지역 맹주였던 원 전 의원이 물러나고 정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원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2026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21일 지역에서 만난 여야 관계자들은 "지역구 관리가 탄탄했던 원 전 의원이 없어지면서 표심의 향방을 단정하기 어렵게 됐다"며 "'보수 성향'이 남아있어도 '보수 강세'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 재편으로 넘어온 '비전1동', 野에 힘 실을까

정치권에선 지난 총선 당시 평택을에서 평택갑으로 넘어 온 '비전1동'을 캐스팅보드 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비전1동은 2020년 기준 3만 5112가구가 거주해 평택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평택소사벌휴먼시아1·2단지(2052가구)와 평택소사 배꽃마을 4단지(984가구) 등 지난 10년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꾸준히 들어선 결과다.

비전1동은 거주하는 연령층도 젊은 축에 속한다. 2020년 기준 40.6세인 평택시 평균 연령에 비교해 36세로 3.4세 젊은 지역이다. 한 민주당 지역 관계자는 "비전1동의 전체 인구 가운데 40% 정도가 3040세대로 추정된다"라며 "지역을 돌면 아이를 데리고 거리에 나온 부모님 지지자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전1동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승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홍 의원은 공재광 미래통합당 후보를 2.8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홍 의원이 12개 면·동 중 8개 지역에서 공 후보에게 밀렸지만, 비전1동에서 3199표 차이로 이긴 게 승패의 당락을 갈랐다.
'삼성 효과'로 3040 젊은층 유입…'보수 강세' 평택이 흔들린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전1동의 표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늘어난 인구 수로 '평택병'이 선거구로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질 선거구 개편도 변수다. 국민의힘 지역 관계자는 "비전동은 인구가 많아 이미 비전1동·2동으로 나누어 선거구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며 "평택병이 생기려면 당연히 선거구 개편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택갑 구도심 인근이 탄력을 받으며 아파트촌으로 개발되고 있는 점도 잠재적 변수로 꼽힌다.도일동 일대에 조성되는 복합단지 브레인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시설과 주거시설, 상업시설을 총망라하는 브레인시티에는 카이스트 평택캠퍼스와 아주대학교 평택병원이 각각 2025년, 2027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브레인시티에 위치한 아파트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1700가구)'는 지난달 청약 시작 이틀 만에 최고 5.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與野 혼조 속에... '인물' 무시할 수 없어

여야 정치권에선 평택갑의 내년 총선 당락을 가를 또다른 요인으로 '인물'에 주목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평택갑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3.44%포인트로 이겼다. 하지만 이어 치러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게 3.57%포인트로 패배했다. 이를 두고 여야 관계자들은 "인물을 보고 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라고 설명했다.
경기 평택 동삭동 푸르지오엘리아츠 재개발 현장. 총 812가구로 2024년 8월부터 입주 예정이다. 원종환 기자
경기 평택 동삭동 푸르지오엘리아츠 재개발 현장. 총 812가구로 2024년 8월부터 입주 예정이다. 원종환 기자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남 나주 출신 홍 의원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지역에서 보냈다. 재선 의지가 확관 홍 의원은 보수정당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민주당 깃발을 꽂은 만큼, 연이어 당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최호 전 경기도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유철 전 의원의 중학교 1년 선배인 최 당협위원장은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후 평택갑을 중심으로 정치 생활을 이어왔다. 최 당협위원장은 "구도심은 아직도 보수 성향이 우세한 편"이라며 "민주당을 상대로 승산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