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시선] 엉터리 역사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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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침이 유도된 것이라는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남한 지식인 사회 지배했지만…
소련 극비문서서 드러난 진실은
北·中·蘇 '공산주의 침략전쟁'
엉터리 역사의 추종자 되지 않길
이응준 시인·소설가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남한 지식인 사회 지배했지만…
소련 극비문서서 드러난 진실은
北·中·蘇 '공산주의 침략전쟁'
엉터리 역사의 추종자 되지 않길
이응준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시선] 엉터리 역사의 재구성](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07.23536927.1.jpg)
2009년 2월 9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는 정조(正祖)가 노론 벽파(僻派)의 영수(領袖) 우의정 심환지(沈煥之)에게 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5일까지 보낸 편지 297통이 공개됐다. 겉봉투 입구마다 봉함인(封緘印)이 찍혀 있고 읽은 뒤 반드시 폐기하라는 명령이 지속적이었기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료였다.
유엔한국위원회 중화민국 대표 유어만(劉馭萬) 공사는 1948년 7월 11일 오전 11시 경교장으로 김구를 방문한다. 그는 백범이 부통령이 되어 대통령 우남(雩南) 이승만을 돕길 바란다는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권유를 내비쳤지만, 거절당한다. 백범이 밝힌 이유는 이렇다. 나는 얼마 전 평양 남북한 지도자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미 완벽한 국가체제를 갖춘 북한의 엄청난 인민군 열병식을 보았다. 그런 병력과 무기를 가진 현대군대가 밀고 내려올 텐데 남쪽에 국가를 만들어봤자 곧 파괴될 뿐이다. 이게 ‘유어만 보고서’다. 이 영문보고서의 발견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던 김구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승만 양쪽을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게 해준다. 백범은 두려워했고, 우남은 싸우려했던 것이다.
1994년 6월 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소련 외무부와 북한 외무성 대화,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록 등 300여 종의 6·25전쟁 관련 극비문서들이었다. 이른바 ‘옐친문서’다. <김영삼 회고록>에는 ‘옐친문서로 인해 6·25전쟁의 북침설, 남침유도설, 내전설, 냉전 원인설 등 수정주의가 허구였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적혀 있다. 사실이다. 스탈린은 1950년 1월 30일 북한 주재 소련대사 스티코프를 통해 김일성에게 전한다. ‘네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전쟁을 돕겠다.’
6·25전쟁은 냉전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라, 냉전이 6·25로 인해 본격화된 것이다. 결정적 증거들이 나오면 역사는 재구성된다. 그런데도 저 교수처럼 아직도 <한국전쟁의 기원>을 사이비 교주가 성경 끼고 다니듯 한다. 저러면 김일성과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면죄부를 받기 때문일까. ‘386지식인’들은 존재가 ‘가짜뉴스’다. 내 서가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뽑아 훑어본다. 지나간 내 청춘은 후회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안 할 수 있는 것은 안 하려 한다. 그중에 하나가 엉터리 역사의 멍청한 추종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