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사시 합격, 90세 화엄경 완역…이상규 변호사 별세
최연소로 보통고시(일반 공무원 임용자격 시험), 행정고시, 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학산(鶴山) 이상규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원로고문 변호사가 지난 16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농림학교를 졸업한 1951년 제2회 보통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전시연합대학에 다니던 1952년에는 제3회 고등고시 행정과(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20세이던 1953년엔 제4회 고등고시 사법과(사법고시)에도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후 법정대학(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3년 상공부에 들어갔다가 미국 유학 후 법제처로 옮겨 제3과장, 법제관 등을 지냈다. 영국 유학 후 법제처장을 지낸 문홍주 당시 문교부 장관의 요청으로 1968년 문교부로 옮겨 고등교육국장 편수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1980년 문교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1963년 <미국행정법론>(이후 <영미행정법>으로 변경)을 펴내는 등 행정법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문교부 재직 중에도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강의했다.

1977년부터 1985년까지는 환경법학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장,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회장 등을 역임했다.

회갑을 넘긴 뒤에는 불교 공부에 몰두해 30년간 불경을 번역하거나 해설서를 출간했다. 2000년 <금강경의 세상>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아함경 전권을 주제별로 재분류해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 7권을 펴냈다. 지난 4월에는 화엄경 80권을 완역해 <화엄경 역주> 8권을 발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효숙 씨와 자녀 이은숙·이진우·이은영·이진수 씨, 사위 윤영선·고충곤 씨, 며느리 박은미·류경화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18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