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영우' 이승민 "다음 목표는 아시안투어 뛰는 것"
“이승민 프로는 어쩜 저렇게 잘 컸을까요. 우리 아이가 이 프로처럼 되는 게 소원이에요.”

지난 16일 경기 파주시 노스팜CC 1번홀(파4).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에 출전한 선수 어머니가 시타자로 나선 이승민(26·사진)을 지켜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발달장애 선수 24명이 겨루는 SK텔레콤 어댑티브 오픈은 ‘US 어댑티브 오픈’ 출전 티켓이 걸려 있다. 지난해 이승민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던 경기다. 그는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 자격을 따냈고, 지난 5월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37위로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이승민은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에게 희망의 아이콘이다. 자폐성 발달장애 3급으로 장애를 딛고 골퍼로 활동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장에서 만난 이승민은 기대와 긴장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대회는 이보미 백석현 김하늘 등 프로 골퍼와 윤석민 정명훈 등 골프스타 12명이 각각 2명의 선수와 팀을 이뤄 3인 1조로 치르는 방식이었다.

이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당당하게 이종현, 장진혁 선수의 멘토로 나섰다. 경기를 마친 이승민은 “경기가 끝나고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진혁 형이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해줘 정말 고마웠다”며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경북 문경의 당포초교를 찾아 일일 골프선생님으로 나선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골프반에서 어린이들에게 스윙을 가르쳐주고 발달장애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개인 최고 성적을 한 번 더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테스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승민은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제2회 US어댑티브 오픈 결과에 대해 아쉬움도 표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그는 “압도적으로 우승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타이틀 방어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서 경기가 잘 안된 것 같다”며 “내년에는 다시 챔피언 타이틀을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승민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오래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전한 메시지 역시 그랬다. “우리 모두 힘든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 꿈을 이루자.”

파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