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을 향해 한 말이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향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 들어 매달 임시국회를 잡으며 ‘방탄’을 해온 민주당의 행보와도 배치된다.

여기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 2월 표결 당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체포에 동의하는 표가 상당수 나온 데다 최근 당내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번엔 가결될 게 거의 100%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불신임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과 관계없이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크게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부결되면 방탄 논란이 불가피하고, 가결되면 극심한 내홍으로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17일에도 이 대표는 검찰에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시라”고 말했다. 비회기 기간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법정에 출석해 구속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오는 28~31일께 체포영장을 청구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25일까지 8월 임시국회 일정을 끝내면 비회기 기간에 체포영장이 청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월 말 수일간 비회기 기간을 확보해 부가적인 불체포특권에 의한 절차 없이 이 대표가 법원에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저희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국회법상 정해진 회기 기간(31일까지)을 원칙대로 하자”며 이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이 9월 정기국회 이후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변수다. 이번에 이 대표를 소환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정기국회는 회기를 조정할 수 없어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