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컴백하는 유럽 상인 "이번엔 금 대신 리튬" [원자재 이슈탐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안정한 현지 정부, 중국·러시아의 위협에도 간다
자국내 개발은 지연... 아프리카에 가공 공장도 지어
민주주의와 인권 등 문제로 아프리카에서 후퇴했던 서구 각국이 다시 옛 식민지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에 의존해온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 친환경 전환의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항해 자국이나 가까운 이웃의 광산 개발도 추진하고 있지만, 엄격한 규제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진척이 느리다.
서방 기업들이 하는 수 없이 아프리카로 몰리는 가운데 현지 정부도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이 예전처럼 부가가치 낮은 원광 형태의 광물은 수출하지 않아, 가공 공장 등 인프라 건설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투자의 리스크는 여전하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불안정한 사회·정치 체제로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이달 미국 피에몬테리튬이 가나의 에워야(Ewoyaa)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1700만달러를 투자한 소식을 전했다. 호주 애틀랜틱리튬이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가나 서부의 리튬 광석 매장지를 개발해 2025년 2분기부터 리튬 정광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하는 피에몬테는 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피에몬테는 당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수산화리튬 채굴·가공 시설을 내년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와 허가 절차 지연으로 건설은 최소 2025년으로, 생산은 2027년으로 미뤄졌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편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선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영국 펀드 비전블루리소스가 흑연 광산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인근 모리셔스의 가공 시설에도 투자했다.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는 최초의 사례다. 이 펀드는 잠비아의 코발트 정제소에도 투자했고, 내년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고 중국 외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다. 회사 측은 잠비아 등의 제련소가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충족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중국산에 비해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구 광물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과 투자 사례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자크 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프리카 담당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유럽의 아프리카 투자 트렌드는 겨우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 지역에선 대륙 서쪽부터 기니·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차드·수단 등 아프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국가들에 일제히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엔 어김없이 서방을 등지고 러시아 바그너 그룹 등과 손잡았다.
중국의 저장화우코발트는 현지에 자회사 프로스펙트 리튬을 설립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인근 아카디아에 공장을 준공시키고 지난달 시운전에 들어갔다. 작년 4월 호주 광물업체 프로스펙트 리소스로부터 아카디아 광산을 4억2200만달러에 인수한 뒤 3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45만t의 리튬 정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우코발트 뿐만 아니라 야화리튬 간펑리튬과 텐치리튬 등 중국 기업들은 지난 2년 동안 리튬 광산을 인수와 개발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도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중국 광산기업 CMOC는 코발트와 구리를 생산하던 중 현지 국영기업과의 로열티 분쟁과 세금 문제 등으로 1년 가까이 영업에 차질을 빚은 끝에 8억달러의 합의금을 물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자국내 개발은 지연... 아프리카에 가공 공장도 지어
민주주의와 인권 등 문제로 아프리카에서 후퇴했던 서구 각국이 다시 옛 식민지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에 의존해온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 친환경 전환의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항해 자국이나 가까운 이웃의 광산 개발도 추진하고 있지만, 엄격한 규제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진척이 느리다.
서방 기업들이 하는 수 없이 아프리카로 몰리는 가운데 현지 정부도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이 예전처럼 부가가치 낮은 원광 형태의 광물은 수출하지 않아, 가공 공장 등 인프라 건설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투자의 리스크는 여전하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불안정한 사회·정치 체제로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각국에 광물 제련소 설립 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금속업체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순도 99.9% 이상의 배터리 등급 리튬 정제·가공 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르면 1년 후 완공될 예정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광산기업 BHP는 지난해부터 탄자니아의 니켈 광산에 1억달러를 미국 금속기업 라이프존메탈과 함께 투자했다. BHP가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짓는 금속 처리공장이며, 2026년부터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광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이달 미국 피에몬테리튬이 가나의 에워야(Ewoyaa)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1700만달러를 투자한 소식을 전했다. 호주 애틀랜틱리튬이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가나 서부의 리튬 광석 매장지를 개발해 2025년 2분기부터 리튬 정광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하는 피에몬테는 리튬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피에몬테는 당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수산화리튬 채굴·가공 시설을 내년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와 허가 절차 지연으로 건설은 최소 2025년으로, 생산은 2027년으로 미뤄졌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편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선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영국 펀드 비전블루리소스가 흑연 광산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인근 모리셔스의 가공 시설에도 투자했다.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는 최초의 사례다. 이 펀드는 잠비아의 코발트 정제소에도 투자했고, 내년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고 중국 외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다. 회사 측은 잠비아 등의 제련소가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충족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중국산에 비해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구 광물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과 투자 사례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자크 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아프리카 담당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유럽의 아프리카 투자 트렌드는 겨우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아프리카 정부는 기업에 위험 요소
서구 업체들이 아프리카로 밀려가고 있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현지 정치권 부패 등의 리스크가 해결되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 정치·군사적으로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는 중국 업체가 여전히 현지에서 우위를 점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물결이 거세지면서 서구와 아프리카의 관계는 더욱 느슨해졌고, 그사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대폭 강해졌다. 정치 체계가 불안정한 경우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 막무가내식 국유화를 시행할 위험도 있다.최근 몇 년 사이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 지역에선 대륙 서쪽부터 기니·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차드·수단 등 아프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국가들에 일제히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엔 어김없이 서방을 등지고 러시아 바그너 그룹 등과 손잡았다.
중국과의 경쟁도 쉽지 않아
한 발 앞서 자원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의 기세도 무섭다. 아프리카 리튬 매장량 1위 국가인 짐바브웨의 자원은 중국 업체들이 휩쓸었다. 남아공 북쪽 국경에 접한 내륙 국가인 짐바브웨 2025년 리튬 공급량이 전 세계 총 공급량의 약 8.3%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 영국에서 최종 독립한 이곳에는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짐바브웨가 지난 12월 리튬 원석 수출을 금지하고, 외국 기업이 자국에서 리튬을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등 정책을 펼치자 중국 기업들도 공장을 짓고 있다.중국의 저장화우코발트는 현지에 자회사 프로스펙트 리튬을 설립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인근 아카디아에 공장을 준공시키고 지난달 시운전에 들어갔다. 작년 4월 호주 광물업체 프로스펙트 리소스로부터 아카디아 광산을 4억2200만달러에 인수한 뒤 3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45만t의 리튬 정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우코발트 뿐만 아니라 야화리튬 간펑리튬과 텐치리튬 등 중국 기업들은 지난 2년 동안 리튬 광산을 인수와 개발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도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중국 광산기업 CMOC는 코발트와 구리를 생산하던 중 현지 국영기업과의 로열티 분쟁과 세금 문제 등으로 1년 가까이 영업에 차질을 빚은 끝에 8억달러의 합의금을 물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