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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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에 쏠렸던 수급이 분산되면서 반도체 업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9000억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1000억원대에 그쳤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8883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은 삼성전자를 5492억원 순매도했는데, 순매수 규모가 이를 넘어섰다. 2차전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하며 반도체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SK하이닉스를 1378억원 사들였다. 지난달 개인 순매도 규모(6745억원)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소액주주 규모도 크게 줄었다. 상반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수는 77만7692명이었다. 지난해 말 100만7087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 새 22만9395명(22.78%)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정리한 셈이다. 소액주주수 순위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78만5526명)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소액주주수가 2.51%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단 주가에서 원인을 찾았다. 삼성전자에 비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미 많이 올라 상승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56.27% 급등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19.8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선 두 종목 모두 5% 하락했다.
사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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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푹 빠진 개인과 달리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도 투자 매력을 갖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들어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원 이상 팔아치웠지만 SK하이닉스는 2000억원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내년 중반기까진 선두주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HBM3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로 집계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뒤 연결해 데이터 처리 용량·속도를 일반 D램 대비 열 배 이상으로 높인 제품이다. 시장에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등장하며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HBM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BM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규모는 3분기엔 1조7079억원, 4분기엔 7590억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액은 2조8821억원에 달했다.

23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도 반도체 업종의 단기 상승동력(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5월 엔비디아가 2024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을 발표하며 AI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국내외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관계자는 "실적에 대한 예상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실적 발표 전후로 반도체 업종에 수급이 유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관심은 오는 23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쏠려있다"며 "SK하이닉스의 4분기 HBM 생산 능력은 1분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