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새만금 잼버리가 '지방위축 시대'에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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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만 보고 30년 보낸 전북
근본 문제는 경제성장 동력 부족
다시 잼버리 한다면 'OK'할 건가
정부, 지방에 권한과 책임도 이양
준비 덜 된 분권화 부작용 우려
지역 역량강화·광역화 함께 해야
이상은 사회부 차장
근본 문제는 경제성장 동력 부족
다시 잼버리 한다면 'OK'할 건가
정부, 지방에 권한과 책임도 이양
준비 덜 된 분권화 부작용 우려
지역 역량강화·광역화 함께 해야
이상은 사회부 차장
말 많고 탈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막을 내렸다. 남은 것은 수백억원은 족히 될 추가 청구서와 감사원 감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여야 간의 책임 공방전이다. 국민은 벌써부터 피곤하다.
새만금 잼버리를 계기로 지방자치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전라북도라는 큰 광역자치단체가 오직 새만금만 바라보고 30여 년을 보냈다. 처음에 새만금은 간척지를 매립한 뒤 소금기를 빼서 쌀 생산기지를 만들자고 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쌀 수요가 줄었다. 민선 1기부터 8기까지 모든 전라북도 수장은 잼버리를 열어서, 공항을 지어서, 2차전지 기업을 모셔와서 어떻게든 이곳을 전북 경제의 ‘심장부’로 만들어보고자 온 힘을 쏟아 왔다. 전북 지역언론들은 새만금 취재로 기자 생활을 다 보낸다고도 할 정도다.
전북에는 다른 자체 경제 동력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7개 광역지자체를 기준으로 경제력지수를 따져보면 대개 전북이 17등이다. 지역 업체에서 곰팡이 핀 계란을 납품한 것은 뼈아픈 실수였겠지만, 기업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 지방 정책이 지금껏 줄이지 못했던 뚜렷한 지역 격차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잼버리는 지방자치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분권화의 결과를 우리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다.
지방 정책의 두 축은 ‘분권’과 ‘균형발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외부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기존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합쳐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했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좋은 말이지만, 두 가지는 방향이 다르다. 균형발전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모자란 지방을 더 많이 도와줘야 하고, 분권화를 하면 그 격차를 용인해야 한다. 지금 지방시대위원회가 내세우는 것은 ‘지역 주도 균형발전’이다. 분권화의 다른 이름이다.
정부 방향은 뚜렷하다. 우동기 초대 지방시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부도가 나는(파산하는) 지방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지방끼리 경쟁을 붙이면 방만 경영을 하는 곳은 저절로 망하고 살아남기 위한 통·폐합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는 교육에 관한 자율권, 재정에 관한 자율권도 상당 부분 지자체에 줄 계획이다.
수도권이나 경제적 기반을 갖춘 주요 지자체는 이런 계획을 반길 것이다. 문제는 기반이 약한 광역지자체와 소멸위기에 놓인 기초지자체다. 정부가 준비하는 재원 자주화(지자체 스스로 재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세목 및 세율 조정)는 기업이 별로 없는 지자체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부산 대전 같은 더 큰 지자체와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까.
지자체들은 저마다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펼치겠으나 열위에 있는 지자체일수록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새만금 공항보다 더 큰 프로젝트가 줄줄이 제안되고, 지자체장은 보다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로 표심을 잡고 이 경쟁의 판을 뒤집고자 시도할 것이다. 현재는 지자체 파산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지자체가 그만한 재정적인 권한(채권 발행 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제도를 바꾸고 또 실제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온다면 그것은 서울이나 부산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지방소멸을 앞둬 ‘밑져야 본전’ 식으로 위험도 높은 대형 사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지자체가 될 테고, 그곳의 고령자들은 복지 혜택이 사라질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에겐 느리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분권화와 지자체 간 경쟁 유도가 결코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가 광역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자칫하면 지자체마다 감당 못할 대형 프로젝트를 줄줄이 늘어놓다가 공멸할 수도 있다.
만약 어느 지자체가 ‘우리도 1000억원 가지고 잼버리 같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 막으면 무슨 근거로 막을 것인가. 놔두면 어디까지 놔둘 것인가. 국민이 원하는 중앙-지역 분권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잼버리가 던진 질문이다.
새만금 잼버리를 계기로 지방자치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전라북도라는 큰 광역자치단체가 오직 새만금만 바라보고 30여 년을 보냈다. 처음에 새만금은 간척지를 매립한 뒤 소금기를 빼서 쌀 생산기지를 만들자고 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쌀 수요가 줄었다. 민선 1기부터 8기까지 모든 전라북도 수장은 잼버리를 열어서, 공항을 지어서, 2차전지 기업을 모셔와서 어떻게든 이곳을 전북 경제의 ‘심장부’로 만들어보고자 온 힘을 쏟아 왔다. 전북 지역언론들은 새만금 취재로 기자 생활을 다 보낸다고도 할 정도다.
전북에는 다른 자체 경제 동력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7개 광역지자체를 기준으로 경제력지수를 따져보면 대개 전북이 17등이다. 지역 업체에서 곰팡이 핀 계란을 납품한 것은 뼈아픈 실수였겠지만, 기업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 지방 정책이 지금껏 줄이지 못했던 뚜렷한 지역 격차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잼버리는 지방자치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분권화의 결과를 우리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다.
지방 정책의 두 축은 ‘분권’과 ‘균형발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외부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기존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합쳐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했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좋은 말이지만, 두 가지는 방향이 다르다. 균형발전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모자란 지방을 더 많이 도와줘야 하고, 분권화를 하면 그 격차를 용인해야 한다. 지금 지방시대위원회가 내세우는 것은 ‘지역 주도 균형발전’이다. 분권화의 다른 이름이다.
정부 방향은 뚜렷하다. 우동기 초대 지방시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부도가 나는(파산하는) 지방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지방끼리 경쟁을 붙이면 방만 경영을 하는 곳은 저절로 망하고 살아남기 위한 통·폐합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는 교육에 관한 자율권, 재정에 관한 자율권도 상당 부분 지자체에 줄 계획이다.
수도권이나 경제적 기반을 갖춘 주요 지자체는 이런 계획을 반길 것이다. 문제는 기반이 약한 광역지자체와 소멸위기에 놓인 기초지자체다. 정부가 준비하는 재원 자주화(지자체 스스로 재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세목 및 세율 조정)는 기업이 별로 없는 지자체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부산 대전 같은 더 큰 지자체와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까.
지자체들은 저마다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펼치겠으나 열위에 있는 지자체일수록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새만금 공항보다 더 큰 프로젝트가 줄줄이 제안되고, 지자체장은 보다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로 표심을 잡고 이 경쟁의 판을 뒤집고자 시도할 것이다. 현재는 지자체 파산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지자체가 그만한 재정적인 권한(채권 발행 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제도를 바꾸고 또 실제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온다면 그것은 서울이나 부산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지방소멸을 앞둬 ‘밑져야 본전’ 식으로 위험도 높은 대형 사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지자체가 될 테고, 그곳의 고령자들은 복지 혜택이 사라질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에겐 느리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분권화와 지자체 간 경쟁 유도가 결코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러나 소멸위기에 놓인 지자체가 광역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자칫하면 지자체마다 감당 못할 대형 프로젝트를 줄줄이 늘어놓다가 공멸할 수도 있다.
만약 어느 지자체가 ‘우리도 1000억원 가지고 잼버리 같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 막으면 무슨 근거로 막을 것인가. 놔두면 어디까지 놔둘 것인가. 국민이 원하는 중앙-지역 분권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잼버리가 던진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