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밤바다를 빛으로 물들이는 생물들
바다는 밤에 빛난다. 예부터 익히 알려져 있던 현상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물과 염분의 마찰에 의해 전기가 발생한 결과라고 짐작했다. 과학자였던 그는 실험을 통해 자기 가설이 틀렸음을 알았다.

바다가 빛나는 건 플랑크톤의 일종인 와편모충 때문이다. ‘야광충’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바다에는 와편모충 말고도 빛을 내는 생물이 많다. 새우, 오징어, 해파리, 물고기 등이 다양한 목적으로 빛을 낸다.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는 이 생물발광을 평생 연구한 미국 해양 생물학자 에디스 위더의 책이다. 바다 생물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이 담긴 회고록 성격의 탐사기다. 72세의 그는 1982년 배를 타고 첫 번째 해양 탐사를 나갔다.

사실 우리는 바다를 모른다. 책은 “우리는 심해의 0.05%도 탐사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맨해튼에서 단 세 블록, 그것도 1층에서만 둘러본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2013년 기준 미국이 해양 탐사에 책정한 예산은 2370만달러로, 우주 탐사 예산인 38억달러의 0.6%에 그친다.

야광충 같은 생물발광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1950년대 고감도 광 탐지기를 해저로 내려보낸 과학자들은 수심 300m에서 밝은 빛이 감지돼 깜짝 놀랐다. 해군도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생물발광은 광학적 잡음을 일으켜 레이저를 활용한 잠수함의 수중 통신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