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비도 아닌데" 경찰력 빨아들이는 무인점포
점원 없이 주문 기계(키오스크)로 운영되는 무인점포들이 경찰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절도 신고 급증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순찰 부담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소액 절도인 무인점포 때문에 경찰의 우범지대 순찰이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매장 절도 사건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3514건에서 지난해 6018건으로 급증했다. 월평균 501건으로 전년(351건)보다 42.7%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 증가에 따라 올 들어 파출소에서 체감하는 출동 건수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새 무인점포는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무인점포 유형인 무인 편의점은 2020년 499곳에서 지난해 말 3310곳으로 2년 새 여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는 무인점포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인점포에 비해 무인점포의 범죄 발생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지구대 대장은 “무인점포 순찰 부담이 늘면서 방범 활동이 절실한 우범지역 순찰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건 처리도 까다롭다. 피의자 상당수가 10대 또는 그 이하여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CCTV 화면만으로 절도범을 붙잡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경기 수원의 한 지구대 A순경은 “1만원 이하 소액 절도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사건에 시간을 쏟느니 차라리 대신 변상해 주고 싶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의 탄력순찰제를 악용하는 점주도 있다. 탄력순찰제는 시민이 순찰 희망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면 경찰이 그 지역과 시간을 참고해 순찰하는 제도다. 점주 입장에선 사실상 ‘공짜’ 순찰 직원을 고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인원이 제한돼 있어 112 신고 처리를 소홀히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무인점포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시대 흐름인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과 민간 경비업체, 상인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하는 치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식/안정훈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