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논의를 위한 준법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논의를 위한 준법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복귀한다. 2017년 탈퇴한 뒤 6년 만이다. 삼성이 전경련 재가입의 물꼬를 트면서 SK, 현대자동차, LG그룹의 복귀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정경유착이 발생하지 않게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가입하더라도 정경유착이 생길 경우 곧바로 탈퇴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 계열사는 이르면 21일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을 결정할 전망이다.

삼성은 한국경제인협회 회원사가 되는 방식으로 전경련에 복귀한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총회를 거쳐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며 한경협으로 새출발한다.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복귀에서 가장 경계한 부분은 정경유착이다. 삼성이 탈퇴한 이유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됐기 때문인데, 재가입 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라며 “실제 실현 가능성과 실천 의지에 대해선 위원회가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

"준법감시위 통제하에선 삼성 정경유착 없을 것"
삼성 계열사 이사회 최종 결정…SK·현대차·LG 재가입 급물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 경영진에 구체적인 권고안을 보냈지만, 내용을 미리 밝히면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7년 탈퇴 당시와 현재는 삼성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준법감시위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철저한 준법 감시라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준법감시위의 통제와 감시하에서는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적인 가입 결정권은 삼성 계열사 이사회에 있다. 준법감시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전경련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히 검토해 삼성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준법감시위의 의견 표명은 권고에 그친다는 의미다.

남은 절차는 이사회의 공식 결정과 전경련 임시총회다. 가장 큰 분수령이던 준법감시위 논의가 사실상 재가입 승인으로 결론 난 만큼 남은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삼성 5개 계열사는 이르면 오는 21일 재가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사회를 열기 하루 전에 이사들에게 개최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주말에 급히 이사회를 개최하긴 어려우리란 관측이다.

삼성을 시작으로 SK·현대자동차·LG 등 나머지 4대 그룹의 재가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의 행보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4대 그룹이 일제히 재가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점은 22일 전경련 임시총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회에서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는 안을 의결하는데,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 계열사들이 따로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합병을 통해 자동으로 전경련 회원사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따로 탈퇴 의사를 내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재가입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제단체 중심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과 같은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대기업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