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체 도미노 부도 위기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18일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1~7월 FDI가 전년 동기 대비 4%(319억4625만위안) 줄어든 7667억1000만위안(약 141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대(對)중국 FDI는 급락 추세다. 올 1~2월 FDI는 전년보다 14.5% 늘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반짝 나타났지만, 이후 투자 규모가 대폭 감소해 상반기 기준 FDI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2.70%)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4~6월) 신규 FDI는 지난해 동기 대비 87% 감소한 49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그쳤다. 7월에도 외국인 투자가 더 줄면서 전년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 축소는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등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위안화 가치 하락과 미·중 금리 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FDI 급감의 배경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과 간첩법 개정 등으로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자금보다 유출되는 자금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FDI가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는 FDI가 25.3% 증가했다. 또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줄이는 대신 유럽 선진국 투자는 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스위스의 중국 투자금은 각각 전년 대비 213.7%, 159.9%, 113.3%, 61.2% 늘었다.

중국 증시에서도 탈중국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양대 증권거래소인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6년 12월 후 가장 긴 기록이다. 9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462억위안(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