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반환율 이달 60%대로 올라서…관광객 많은 제주서 상승세
제주·세종 성과에…감사원 요구한 '전국 시행' 준비 주문도
시행 9개월 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컵 260만개 돌아왔다
"커피 일회용컵에 가져가시려면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려면 컵 보증금 300원을 내게 하고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작년 12월 2일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된 지 약 9개월 됐다.

제도가 시행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는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 후 현재(이달 둘째 주)까지 제주와 세종에서 보증금제를 통해 매장으로 돌아온 컵은 총 259만1천421개다.

반환율(사업자가 시스템에 등록한 음료 판매량 대비 반환된 컵의 비율)은 이달 둘째 주 기준 61%다.

특히 제주만 보면 반환율이 63%로 집계됐다.

제도가 시행된 달엔 10%대였던 반환율은 꾸준히 올라 지난 6월 39%에 다다랐다.

6월까지는 '정책 순응도'가 높은 공무원이 주 소비층인 세종의 반환율이 제주 반환율보다 높았는데 지난달부터 제주가 역전했다.

7월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주별 반환율을 보면 제주는 '51%→53%→58%→56%→57%→63%'로 상승세가 뚜렷하고 세종은 39~44%로 40%대를 유지 중이다.

세종 반환율은 지난 3월 40%대에 들어선 뒤 그 수준을 지키고 있다.

제주는 이달 7일 컵 반환율이 71%로 70%를 돌파하기도 했다.

제주 반환율이 상승세인 이유로 제주도가 6월 7일부터 제도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는 등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점이 꼽힌다.

다만 섬 밖에서 관광객이 가장 몰려오는 때인 여름 휴가철 컵 반환율이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회용컵은 사용 후 가게로 반환해 재활용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행 9개월 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컵 260만개 돌아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카페가 '만남의 공간'도, 일터도 되는 등 주요 생활공간으로 자리하면서 사용량이 급증한 일회용컵의 재활용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보증금제 취지다.

국내에서 연간 사용되는 일회용컵은 300억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2019년 일회용품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이 2018년 기준 294억개로 2009년 191억개보다 100억개 늘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 등에서 쓰이는 일회용컵은 84억개(종이컵 37억개·합성수지컵 47억개)로 추정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올해 3월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서 국내 연간 플라스틱(합성수지)컵 사용량을 53억개(2020년 기준)로 추산했다.

국민 1명이 1년에 102개를 쓰는 셈이다.

일회용컵 사용량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더 폭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일회용컵은 대부분 소각·매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회용컵 회수율이 5%(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애초 2022년 6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당시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던 때라 이를 고려해 시행이 6개월 미뤄지고 시행 지역도 제주와 세종 행정복합도시로 축소됐다.

'일회용품 없는 탈플라스틱 섬'을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와 공공기관이 많은 세종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제도를 전국에 확대할 근거와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 환경부 복안이다.

환경을 위해, 또 환경은 차치하더라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과 이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감사원도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관련 공익감사를 통해 법 취지대로 제도를 전국에 확대해 시행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에 요구했다.

보증금제 전국 시행과 관련한 규정은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부칙에 세종과 제주 외 지역은 고시 시행일(2022년 12월 2일) 이후 3년이 넘지 않은 범위에서 세종·제주 시행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날 시행한다는 것이 전부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제도 확대를 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에라도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제도 시행지가 제주와 세종으로 축소된 원인으로 제도 이행에 따른 부담과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두고 당국이 이해관계자를 설득해내지 못한 점이 꼽히는 만큼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에 여유를 두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확대를 위해선 일회용컵 회수와 재활용을 더 쉽게 할 방안도 필요하다.

일회용컵 재활용이 쉽도록 '표준용기'가 규정돼있는데 사용이 강제되지 않다 보니 지난 4월 기준으로 종이컵은 보증금제 이행 대상 50개 브랜드 가운데 11곳, 플라스틱컵은 15곳이 표준용기를 쓰지 않는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상관 없이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차반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기준 자신들의 컵이 아닌 컵도 받아주는 매장은 200곳 정도에 불과하다.

공항 등 공공장소 무인반납기 확충도 과제다.

고물가에 음료 테이크아웃 판매가 늘어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에 속하지 않은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에도 보증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소비자가 일회용컵 사용을 끊도록 유도하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행 9개월 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컵 260만개 돌아왔다
제주에 사는 직장인 양모(36)씨는 "보증금 액수가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엔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보증금을 냈다는 생각에 일회용컵 사용 시 죄책감이 덜어지기도 하며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보니 컵을 바로 반납하지 않고 쌓아두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가 컵 1개당 200원씩 적립된다.

다회용기(텀블러) 사용 시 적립 포인트가 300원으로 일회용컵 사용자에게 다회용컵 사용자에 버금가는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