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25분 안에 팬텀의 모든 걸 보여줄 것"
"극중에 팬텀(유령)이 등장하는 시간은 25분밖에 안됩니다. 그 안에 관객에게 그의 인생과 감정을 이해시켜야 하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주인공 팬텀(유령)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최재림은 지난 17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재림은 뮤지컬 '시카고' '아이다' '마틸다' 등 대극장 주연으로 활약하는 등 요즘 가장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신인 소프라노 크리스틴에 대한 팬텀의 사랑이 집착으로 변질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재림은 "팬텀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동시에 흉측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불행한 인물"이라며 "상처로 가득한 인물이기 때문에 극중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극단적이고 기괴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약하고 불쌍한 존재라는 점을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극중 팬텀의 감정 상태가 극과 극을 넘나들기 때문에 넘버(노래)를 부를 때 감정 변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호흡과 소리 등을 세밀하게 조절한다고. 최재림은 "한 넘버에 협박과 애원, 고백과 분노 등 모순적인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에 톤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며 "호흡을 얼마나 섞을지, 첫박부터 끝박까지 크레센도를 얼마나 넣을지 등 계산해서 노래를 부른다"고 설명했다.

최재림은 앞서 2009년 같은 작품의 한국어 공연을 했을 때도 오디션에 참여했었다. 당시 앙상블과 라울 커버에 캐스팅됐으나 사정상 참여를 포기해야 했다. 최재림은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배우에겐 꿈 같은 작품"이라며 "그동안 배우로서 성실하게 커리어를 만들어오고 있던 시점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다시 한국어 공연을 만든다고 했을 때 '드디어 기회가 돌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4년 뒤에 꿈의 역할인 팬텀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최재림은 이번 서울 공연에서 새로 팬텀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 3~6월 부산 공연에선 배우 조승우·김주택·전동석 세 명이 팬텀을 연기했다. 그는 "네 명의 팬텀이 가진 강점이 각각 다양하다"며 "기존 캐스팅이 주는 안정감에 더해 새로 투입된 입장에서 공연에 신선한 바람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재림은 최근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장발장으로 캐스팅되는 등 연달아 대형 라이선스 작품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는 "뮤지컬 역사에 중요한 작품들에 연달아 참여한다는 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라이선스 뮤지컬 말고도 훌륭한 창작 뮤지컬이 나온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얼마 전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등 TV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TV 출연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더군요. 하지만 공연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공연을 메인으로 두고 TV나 영화를 병행하면서 저의 색다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공연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11월 17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