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도 탐낸 그 회사…86조 기업 상장 초읽기
2년간 투자 손실로 고전해온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핵심 기술기업이자 추정가치 640억 달러(약 86 조원) 규모인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시간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다음 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진 Arm 지분 가운데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25%를 인수했다.

앞서 손정의 회장은 2016년 스마트폰 핵심 프로세서(AP)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설계 기술을 가진 Arm을 당시 약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후 약 25%, 80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사우디 국부펀드등과 함께 조성한 100조원 규모 비전펀드1에 매각했다.
엔비디아도 탐낸 그 회사…86조 기업 상장 초읽기
Arm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지적재산권 분야 점유율 41.1%, 모바일 프로세서 특허로 해당 분야 90%의 점유율을 가진 최대 기업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업체가 모두 고객사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서 소프트뱅크는 해당 지분 가치를 최초 매각 당시의 약 2배인 160억 달러 규모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이번에 되사들인 지분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75%를 더해 Arm 지분 90%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 재인수 과정에서 사들인 지분의 대부분은 비전펀드1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공동투자한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그룹의 계열사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의 보유분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투자은행 레인그룹에 협상 자문을 맡긴 후 비전펀드가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심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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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중순 이후 상장할 것으로 알려진 Arm의 지분 가치는 약 640억 달러 규모, 우리 돈 약 8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9월 엔비디아가 독과점 우려로 규제에 막힐 당시 추정 가치인 약 660억 달러 규모에 근접한 규모다.

Arm의 지난해 4분기(2022년 회계기준 3분기) 매출액은 7억 4,600만 달러로 우리돈 약 9,400억 원 상당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약 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 6천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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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세계 기업공개 가운데 최대규모가 될 Arm의 투자에 참여할 기업과 투자기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rm은 일부 파트너·고객사 가운데 소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투자자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 전 지분 매각으로 기업가치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통상 기업공개 이후 지분 매각은 1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향후 주가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최대 기업공개가 성사될 경우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부터 5분기 연속 진행된 투자 손실 오명을 벗을 기회를 얻게 된다. 손정의 회장은 2022년 회계연도(22년 4월~23년 3월) 약 9,701억엔, 우리 돈 9조 5,8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비전펀드 투자 손실로 인한 2년 연속 눈덩이 적자로 고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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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그룹은 3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지만, 산하 비전펀드는 쿠팡과 그랩홀딩스 주가 반등에 힘입어 지난 2분기 1,598억엔, 약 1조 4,703억 원으로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런 변화는 손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기조를 재개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6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3년간 수비를 철저히 한 결과 수중에 약 5조엔이 넘는 현금이 있다"며 "이제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Arm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식료품 배달기업인 인스타카트(Instacart), 소프트웨어 기업인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등 그동안 미뤄온 스타트업의 상장을 재개할 동력을 얻게 된다. 이에 대해 럭스 캐피탈 공동설립자인 조쉬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 아주 작은 IPO창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다음 주 재무와 운영에 대한 세부 계획이 담긴 F-1 문서를 공개하고 상장에 앞선 상세 정보를 공개할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