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허가 때 조건으로 내건 공공시설 조성 약속을 시행사가 지키지 않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는 시행사가 보유한 토지를 무상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충남 천안시가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 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04년 천안시로부터 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착공했다. 2007년 9월 천안시로부터 아파트 동별 사용검사를 받고 2008년 1월 분양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A사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당시 천안시와 약속했던 도로, 어린이공원 등 일부 공공시설을 조성하지 않았다. 이에 천안시는 “공공시설이 들어서지 못한 토지의 소유권을 천안시로 이전하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해당 토지를 기부채납(공공기부)한 사실이 없고 이 토지는 무상 귀속 대상도 아니다”고 맞섰다.

1·2심은 모두 천안시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공공시설 조성을 완료하지 않고 사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아파트 동별 사용검사를 받았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토지는 천안시에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업주체가 공공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로 사업이 중단됐다는 이유로 공공시설 설치가 예정된 부지가 지자체에 무상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공시설과 토지를 관리청에 무상 귀속한다’는 규정은 공공시설 조성이 완료된 후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천안시가 주장하는 ‘무상 귀속’ 사안 대신 천안시와 A사 사이의 기부채납 약정에 대해 심리·판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