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홍콩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에서 제외된다.

올 9% 넘는 하락에…항셍지수, 부동산 기업 '손절'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항셍은행의 자회사 항셍지수서비스는 전날 밤 공시를 통해 다음달 4일부터 항셍지수 구성 종목에서 비구이위안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의 부동산 관리회사인 비구이위안서비스는 항셍 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항셍지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자회사인 항셍은행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상위 우량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우량 기업 50여 개의 주가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 지수다.

항셍지수는 올 들어 9% 이상 하락하며 세계에서 실적이 가장 저조한 지수 중 하나로 꼽혔다. 항셍은행은 지수 방어 차원에서 비구이위안을 퇴출하기로 했다. 디폴트 위기에 몰린 비구이위안이 올 들어 주가가 72% 폭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하자 이를 솎아내는 취지에서 종목 조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비구이위안이 빠진 자리에는 중국 제약회사 시노팜을 편입한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한 시노팜의 주가는 올해 7% 가까이 올랐다. 홍콩H지수에서 비구이위안서비스를 대신할 기업으로는 트립닷컴을 지정했다.

비구이위안의 위기로 인해 항셍지수가 하락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에 나섰다.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간 항셍지수, 항셍테크지수 등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11개에서 총 1236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021년 초 국내 은행업계에서 판매한 13조원 규모의 ELS 상품의 만기가 내년에 도래해서다. 이 ELS 상품은 가입 기간에 홍콩H지수가 35% 넘게 급락하지 않으면 약정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ELS 상품에서 4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률은 원금 대비 39%에 달했다. 2021년 초 11,000을 넘긴 홍콩H지수가 지난달 6000선 밑으로 떨어져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