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슈퍼앱 꿈 이뤄줄 히든 카드…미디어업계 주름잡은 '30년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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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린다 야카리노 X(옛 트위터) CEO
밀당의 고수…별명은 '벨벳 해머'
NBC유니버설서 매출 1000억弗
머스크, X 이끌 수장으로 낙점
밀당의 고수…별명은 '벨벳 해머'
NBC유니버설서 매출 1000억弗
머스크, X 이끌 수장으로 낙점
세계 최대 SNS 중 하나인 X(옛 트위터)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회사를 인수한 뒤 부정적인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인수한 지 1주일 만에 직원 7500명 중 약 절반이 해고됐고, 그 여파로 서비스 장애가 속출했다. 광고주도 대거 이탈했다. 경쟁자인 메타가 새 SNS 스레드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고, 리브랜딩에 대한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 같은 위기에 빠진 X에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30년 경력의 광고 전문가 린다 야카리노(60)가 주인공이다. 야카리노는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과 리브랜딩을 통해 X를 변화시킬 기대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그는 X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고, 이전의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잘못된 인수 사례의 한 페이지로 남기게 될까. 시장은 야카리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NBC유니버설에서 12년간 근무하며 그는 ‘영업 기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NBC유니버설 광고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거둔 광고 매출이 1000억달러가 넘는다. 야카리노는 세일즈포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15개의 서로 다른 팀이 똑같은 클라이언트에 영업하고 있었다”며 “이를 하나로 모아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회고했다.
야카리노는 특유의 협상 전략을 발휘해 광고주를 장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광고주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때로는 강경한 자세로 주도권을 쥐는 이른바 ‘밀당’ 전략이다. 올해 초 GM과의 협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GM은 미국에서 가장 큰 광고 기회인 슈퍼볼(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에서 자사 전기차를 광고할 계획이었다. 공교롭게도 NBC가 광고 직후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다룬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해 GM 광고는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야카리노는 다음날 광고가 나갈 수 있도록 즉각 조치를 취했다. 데버러 월 GM 마케팅책임자는 “그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야카리노는 시청률 조사 기업인 ‘닐슨’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야카리노는 △옥외 시청률 측정치의 부재 △부적절한 표본 크기 △신뢰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측정 도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닐슨의 조사에서 NBC유니버설 시청자의 12~30%가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자체 시청률 조사 기관을 닐슨에서 코젠트리포트로 바꿔버렸다. 그러자 닐슨은 전국 가구 표본을 2만5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늘리고, 2020년부터 옥외 시청률 측정치를 조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야카리노가 ‘벨벳 해머’(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망치처럼 강인한 능력을 가진 사람), ‘우아한 투지’(grit and grace)로 불리는 이유다.
야카리노는 발로 뛰면서 이탈한 광고주를 다시 설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X로 바꾼다고 발표할 당시, 야카리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획사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을 X로 끌어들여 다시 광고주를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에서다.
머스크와의 관계 설정은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야카리노는 X CEO로 선임되기 이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입장을 지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야카리노가 명목상 CEO일 뿐 머스크의 꼭두각시로 일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현재까지는 야카리노가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6월부터 ‘티타임’이라고 불리는 전체 직원 모임을 두 차례 열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직후 1주일 만에 대규모 감원에 나서며 ‘공포 경영’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야카리노는 머스크가 없앤 ‘광고주 협의회’도 부활시켰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수 직후 대규모 감원으로 인해 광고주들이 누구와 대화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활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자신의 차별화는 매우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머스크는 야카리노의 CEO 선임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이 같은 위기에 빠진 X에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30년 경력의 광고 전문가 린다 야카리노(60)가 주인공이다. 야카리노는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과 리브랜딩을 통해 X를 변화시킬 기대를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그는 X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고, 이전의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잘못된 인수 사례의 한 페이지로 남기게 될까. 시장은 야카리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1000억달러 매출 거둔 ‘밀당 협상’의 귀재
야카리노는 1963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이탈리아계 경찰관의 딸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커뮤니케이션 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터너엔터테인먼트를 택했다. 애니메이션, 예능, 스포츠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그룹으로 지금은 워너브러더스에 흡수됐다. 이후 야카리노는 2011년 NBC유니버설의 케이블 엔터테인먼트·디지털 광고 대표로 영입됐다. 그가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다.NBC유니버설에서 12년간 근무하며 그는 ‘영업 기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NBC유니버설 광고 책임자로 일하는 동안 거둔 광고 매출이 1000억달러가 넘는다. 야카리노는 세일즈포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15개의 서로 다른 팀이 똑같은 클라이언트에 영업하고 있었다”며 “이를 하나로 모아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회고했다.
야카리노는 특유의 협상 전략을 발휘해 광고주를 장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광고주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때로는 강경한 자세로 주도권을 쥐는 이른바 ‘밀당’ 전략이다. 올해 초 GM과의 협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GM은 미국에서 가장 큰 광고 기회인 슈퍼볼(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에서 자사 전기차를 광고할 계획이었다. 공교롭게도 NBC가 광고 직후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다룬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해 GM 광고는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야카리노는 다음날 광고가 나갈 수 있도록 즉각 조치를 취했다. 데버러 월 GM 마케팅책임자는 “그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야카리노는 시청률 조사 기업인 ‘닐슨’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야카리노는 △옥외 시청률 측정치의 부재 △부적절한 표본 크기 △신뢰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측정 도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닐슨의 조사에서 NBC유니버설 시청자의 12~30%가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자체 시청률 조사 기관을 닐슨에서 코젠트리포트로 바꿔버렸다. 그러자 닐슨은 전국 가구 표본을 2만5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늘리고, 2020년부터 옥외 시청률 측정치를 조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야카리노가 ‘벨벳 해머’(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망치처럼 강인한 능력을 가진 사람), ‘우아한 투지’(grit and grace)로 불리는 이유다.
“머스크의 꼭두각시” vs “차별화”
머스크가 자신의 후임으로 야카리노를 택한 것도 이런 광고 영업 능력을 높이 산 결과로 해석된다.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광고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인수 다음달인 11월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12월엔 71% 급감했다. 지난 4월에는 상위 1000개 광고주 중 43%만 남았다는 보도도 나왔다.야카리노는 발로 뛰면서 이탈한 광고주를 다시 설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X로 바꾼다고 발표할 당시, 야카리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획사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와 인플루언서들을 X로 끌어들여 다시 광고주를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에서다.
머스크와의 관계 설정은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야카리노는 X CEO로 선임되기 이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입장을 지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야카리노가 명목상 CEO일 뿐 머스크의 꼭두각시로 일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현재까지는 야카리노가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6월부터 ‘티타임’이라고 불리는 전체 직원 모임을 두 차례 열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직후 1주일 만에 대규모 감원에 나서며 ‘공포 경영’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야카리노는 머스크가 없앤 ‘광고주 협의회’도 부활시켰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수 직후 대규모 감원으로 인해 광고주들이 누구와 대화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활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자신의 차별화는 매우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머스크는 야카리노의 CEO 선임을 발표하면서 자신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