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은 냄비속 개구리…아들에 유니클로 안 물려준다"
“일본은 ‘인재 쇄국’ 상태다. ‘개국’하지 않는 한 번영을 되돌릴 수 없다.”

일본의 ‘미스터 쓴소리’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사) 회장(사진)이 자국 사회의 폐쇄성과 도전 정신 부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나이 회장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노동시장 상황을 인재 쇄국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인재들은 일본을 뛰쳐나가 싱가포르나 상하이에 있는 기업으로 간다”며 “이민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인재 쇄국 상태를 풀지 않으면 예전의 번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소극적인 기업 문화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기업은 성장하는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진심’이 부족하다”며 “보다 위기감을 갖고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인은 매사를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짬짜미로 일을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래서는 리더도 회사도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리테일링도 대기업병에 빠져 있다”며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2002년 사장 자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줬던 야나이 회장은 패스트리테일링 실적이 악화하자 2005년 9월 다시 회장 겸 사장으로 복귀했다. 올해로 74세인 그의 후계자를 찾는 일은 패스트리테일링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패스트리테일링에 두 아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야나이 회장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창업가의 가족이 차기 최고경영자(CEO)가 되면 사원들은 (열심히 하면 CEO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저임금 구조도 지적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기업의 보수, 특히 젊은 세대의 급여가 너무 낮다”며 “연봉을 올리지 않으면 관리자급으로 성장할 만한 젊은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데, 인재 층이 두텁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관리자급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근로자 평균임금은 주요 7개국(G7) 중 최저다. 이 때문에 올해 신입직원 연봉을 최대 40% 인상한 패스트리테일링의 결정은 일본 재계에서 화제가 됐다.

야나이 회장은 글로벌 인재를 꼭 미국과 유럽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는 인재관도 드러냈다. 그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출신이 반드시 좋은 인재는 아니었다”며 “‘미국식’이 곧 ‘글로벌식’인 것은 아니어서 프레젠테이션은 잘하지만 일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야나이 회장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도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며 “5~10년에 걸쳐 현지 인재를 전문가형 인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