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는 다르다…알리바바 등 中 빅테크 경제 구원투수 기대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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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와 증시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빅테크다.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키며 신기술을 주도하고 호실적을 낸 빅테크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뉴욕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올해 상승장을 이어갔다.
중국에도 텐센트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반적인 경기 위축 공포가 커진 중국에서 빅테크들이 구원투수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를 규제했던 이전 수 년간 이들이 경쟁력에 타격을 입으면서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의 주제는 ‘허리띠 졸라매기’였다”며 “빅테크들은 더 이상 중국 경기 부양에 개입할 의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요 빅테크로 꼽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냈다.
알리바바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34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227억4000만위안) 대비 51% 증가했다. 매출은 2342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14% 늘었다. 징둥닷컴의 2분기 매출은 2879억위안으로 시장 전망치 2789억 위안을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텐센트의 2분기 순이익은 261억7000만위안으로 시장 예상치(334억2000만위안)보다는 낮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부과한 핀테크 관련 벌금 29억9000만위안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이들이 수익성을 개선한 방법은 비용 절감이라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직원 1만7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엔지니어들이 다수 투입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은 26% 삭감했다. 일반 및 관리 관련 비용은 13% 줄였다. 엔지니어와 일반 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대폭 줄였다는 의미다.
텐센트도 1년 간 직원 6000명을 줄였고, 판관비는 3% 감소했다. 텐센트는 구조조정이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제임스 미첼 텐센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이제 비용과 효율성에 매우 집중하는 다른 문화를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문화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빅테크는 청년을 포함해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던 기업들이었다. 알리바바 직원 수는 이전 수 년 간의 감원에도 6월 말 기준 22만8700명이다. 텐센트 직원 수도 10만5000명 수준이다. 직종도 가리지 않았다. 중국 청년층이 선호하는 정보기술(IT)과 마케팅 등 화이트칼라 직군은 본사에서, 택배 등 블루칼라 직군은 전국 물류센터에서 찾았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2020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적용하면서 빅테크 성장은 정체됐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후 알리바바는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됐고 거액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지난달 10일 기준 알리바바·텐센트·메이투안·바이두·징둥 등 중국의 5대 인터넷 IT 기업 시가총액 합계가 규제 이전인 2020년 11월 대비 1조1000억달러(약 1400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경기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고강도 규제를 사실상 종료하고 빅테크 기업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IT 기업 관계자들과 좌담회를 열어 이들 격려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가 흔들리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빅테크가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7월 실업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들이 졸업생에게 대규모 일자리를 주고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던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AI를 개발하고 비용을 통제하며 예전처럼 스스로를 돌보는 시대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