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체가 비료까지?…콩·옥수수 작황에 '귀한 몸' 된 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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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에 쓰이는 광물 자원에 베팅하는 광산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 안보를 위해 비료 광물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제 광물시장 정보 업체인 아거스(Argus)의 팀 체인 농업·비료 부문 책임자는 20일(현지시간) "전 세계 광산기업들의 비료 산업 진출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비료는 영원히 존재할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에 사업 다각화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질소, 인산염, 칼륨 등은 화학비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원자재다. 특히 칼륨은 옥수수, 대두 등의 수확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원래 칼륨 생산은 캐나다 뉴트리엔, 미국 모자이크, 벨로루스 벨라루스칼리, 러시아 우랄칼리 등 소수 기업들이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과점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광산업체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 광산회사 BHP는 2021년 캐나다의 얀센 칼륨 광산 프로젝트에 57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BHP가 단행했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다. 영국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은 2020년 61억달러를 들여 영국 북부의 우드스미스 칼륨 광산을 인수했다. 두 개 광산은 각각 2026년, 2027년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광산기업들은 비료 광물의 가격이 철광석, 구리 등 다른 금속광물의 가격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에 제격이라고 보고 있다. 비료 사업 진출을 통해 가격 변동성이 심한 원자재 분야의 위험을 일부 분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칼륨 역시 러시아 전쟁 이후 수급 불안정 우려로 가격이 한때 폭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 기업 CRU의 비료 책임자인 크리스 로슨은 "비료 시장이 재조정되면서 올해 말부터 다시 상승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작년 5900만t이었던 칼륨 수요가 올해 64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세도 비료 산업 전망에 긍정적이다. 마이크 헨리 BHP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실적발표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현재보다 20억명 늘어난 100억명에 이를 것"이라며 "좁은 경작지에서 더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비료용 칼륨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오는 2030년이면 칼륨 수요가 매년 연평균 1%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산염 광석(인광석)의 경우 식물에 필수 영양소인 인을 공급하는 비료로 쓰이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 추세에서도 필수적이다. 전기자동차의 양대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쓰인다는 점에서다. 인광석은 주로 모로코, 중국, 미국, 러시아에서 생산된다. 비료, 배터리 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광석 수요도 2030년까지 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