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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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에서 초전도체로 이어진 테마주 열풍이 ‘맥신(MXene)’으로 옮겨 붙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맥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주들이 3거래일째 급등하고 있다. 반면 직전까지 뜨거웠던 초전도체 관련주들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불안한 증시 환경 속 단기 차익을 찾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쏠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맥신' 오르고 '초전도체' 떨어지고

21일 맥신 관련주로 분류된 휴비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9.94% 상승하며 8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에 이어 두번째 상한가다. 또다른 맥신 관련주인 코닉오토메이션(6000원)과 나인테크(6250원), 경동인베스트(13만1400원) 등도 30% 가까이 올랐다.

맥신 관련주들의 상승세는 지난 17일 시작됐다.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2차원 나노 물질인 맥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맥신은 높은 전기전도성을 갖추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어 '꿈의 신소재'라 불린다. 그동안은 맥신을 만들어날 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 대량생산이 어려웠지만 이번 발표로 길이 열렸다. KIST의 발표 이후 맥신 관련주들은 17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간 주가가 80~100% 가량 올랐다. 휴비스는 17일 4425원(시가)에서 21일 8420원(종가)으로 90.3% 올랐다. 코닉오토메이션은 같은 기간 2870원에서 6000원으로 109%, 나인테크는 3255원에서 6250원으로 92%, 경동인베스트는 7만2100원에서 12만9900원으로 80.2% 상승했다.

휴비스는 맥신 관련 고분자나노복합체와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경동인베스트는 자회사 경동이 맥신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티타늄 시추 관련 조장권을 보유하고 있다. 코닉오토메이션은 맥신 기술과 관련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한 최경철 카이스트 전자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반면 시장의 관심을 받던 일부 초전도체 테마주는 이날 전 거래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초전도체 관련주인 덕성은 전 거래일 대비 2780원(29.99%) 하락한 6490원에 거래됐다. 덕성은 직전 거래일인 18일에도 하한가를 기록했다. 파워로직스(-30%), 신성델타테크(-29.88%), 서남(-9.07%)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기 과열에 따른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될만큼 상승세가 거셌다. 그러나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16일 국내 퀸텀에너지연구소가 발견한 신물질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발표한 후 급락하고 있다. 초전도체 이전에 인기를 끈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 전지 테마주들도 지난달 26일 장중 최고치를 찍고 이달 들어 10~20% 가량 떨어졌다.

◆'테마주 열풍' 따라가다 손실 우려

증권업계에서는 테마주 열풍이 부는 배경으로는 중국발 부동산 위기, 미국 증시 악재, 국내 기업 실적 악화 등이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불투명한 미래 호재에 투자 심리가 쏠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투자 심리가 커질수록 증시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테마주 열풍이 커질수록 이유 없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증시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급등하는 테마주를 따라가다 투자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가치나 성장성보다 호재 하나만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인만큼 주가 하락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펀드에 배당주로 담았던 맥신 관련 기업 주가가 이틀 사이 50% 가까이 올라 매각했다"면서 "기업의 구체적인 실적보다 미래 가치가 반영된 주가 상승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테마주 단속에 나섰다. 지난 17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테마주 과열 현상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