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성(형)님만 믿을게요." (이수페타시스 종목 토론방)
"엔비디아 실적 발표 있으니 믿고 가즈아~!!" (한미반도체 종목 토론방)

하반기 들어 주춤한 반도체 업종이 다시 강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수세가 몰리면서다. 너도나도 AI(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면서 AI 반도체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엔비디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호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반도체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주요 41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반도체지수는 전주(14일) 대비 1.6% 올랐다. 이 기간 거래소가 개발한 28개의 KRX지수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다. 상승률이 높은 개별 종목을 보면 대부분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뒀거나 AI용 반도체의 핵심 부품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다. 한미반도체는 같은 기간 25% 증가했고, 이수페타시스는 12%, 아이크래프트는 34% 각각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2%, 코스닥지수는 2.6% 하락했다.

하반기 들어 다소 식은 반도체

올 상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를 비롯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는 일제히 급등했다. 생성형 AI '챗GPT'가 촉발한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도체 업종으로까지 이어지면서다.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선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처리하는 AI 전용 반도체가 필요한데 관련주가 수혜를 본 것이다.

지난 5월 엔비디아는 1분기(2~4월) 실적 발표 당시 매출이 71억9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65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9달러로 역시 기대치(0.92달러)를 10% 이상 상회했다고 밝혔다. 2분기엔 110억달러의 매출을 전망했다. 시장 예상치(71억5000만달러)를 50% 뛰어넘는 수치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판단에 이같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예상을 훌쩍 웃돈 매출 전망치에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5월 25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24% 급등했다. 같은달 30일엔 장중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고, 6월 13일엔 종가 기준으로도 시총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고부가가치 AI용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최강자다. 점유율이 90% 이상이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이어졌고, 한동안 증시엔 AI 열풍이 불었다. 올 상반기(1월 2일~6월 30일) KRX반도체지수는 47% 상승했다. 이 기간 28개의 KRX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53.6%, 한미반도체는 162.2%, 이수페타시스는 400.9% 급증했다. .

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반등 조짐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7월 중순 들어 주가 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제한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자 중국 내 반도체 생산·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도 투자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랬던 반도체주가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3일 장 마감 이후, 한국 기준으로 24일 새벽 2분기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실적에 따라 반도체주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선 호실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잇단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 /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지난 5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 / 사진=사와스시 페이스북
간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600달러에서 7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8% 넘게 뛰었다. 업종 전반으로 온기가 전해지면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가량 급등했다. '제2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도 2.63% 올랐고, 인텔(1.19%), 마이크론(0.58%) 등 대부분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

프랭크 리 HSBC 분석가는 "AI GPU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앞지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엔비디아의 출하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CNBC에 따르면 월가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의견을 개시한 애널리스트 51명 중 44명이 '강력 매수' 혹은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분석가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515.86달러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은 단순히 GPU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병렬식으로 연산하는 처리 장치에도 사용된다"며 "향후 AI 상용화로 인해 빅테크 기업의 AI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다면, HBM 수요 확대가 수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빅테크 간 AI 경쟁 심화는 HBM 수요 증가 요인"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국내 반도체 주가는 조정 이후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서는 그간 AI 열풍에서 다소 소외됐던 삼성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 관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1월 2일~6월 30일) 삼성전자 주가가 3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한 주간(8월 14~21일) 기준으로도 삼성전자 주가는 1.3% 하락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HBM 신규 고객사 확보 우려로 연초대비 20% 상승에 그치며 경쟁사 주가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최근 1개월간 5.3% 하락했다"면서도 "최근 북미 GPU 업체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동시에 내년 HBM 신규 고객사가 올해 대비 2배 증가한 8~10개 업체로 예상돼 향후 삼성전자는 HBM 신규 고객사 확보가 주가 상승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턴키(일괄 생산) 공급 방식은 대다수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일한 턴키 생산체제를 구축한 만큼 향후 신규 고객사 확대의 강점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