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신진 작가 16명 소개하는 전시
그 중에서도 틀 깨는 동양화 돋보여
불화에 '퀴어' 정체성을 담은 박그림
나무틀까지 작품으로 만드는 이진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파노라마'를 위해 불교화가 박그림 작가(36)가 선보인 작품이다. 파노라마는 다음달 초 열리는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 발 맞춰 송은이 준비한 중견·신진 작가들의 그룹전이다.

사실 이 그림은 '퀴어'(성소수자)인 박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호랑이와 벌거벗은 남자는 작가 자신이고, 그림 속 여성은 그의 어머니다. 박 작가는 쑥과 마늘을 먹지 못해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에 소수자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그 호랑이가 점차 인간으로 변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통해 가족 간 포용과 화해를 나타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최근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가 스스럼 없이 등장할 만큼 열린 분위기가 됐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의 가족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는다"며 "성소수자의 가족이 겪는 갈등과 포용을 전통 불화를 통해 색다르게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정사각형 캔버스의 틀을 깬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삶은 마치 오르막길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체 배경인 나무틀을 사선의 오르막길 모양으로 잘라냈다. '동양화는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일각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뒤집는 작품이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