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증시 조정은 '저가매수' 기회?…"기술주 여전히 과열"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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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금리 급등에 낙폭 키운 코스피
잭슨홀 미팅서 긴축 종료 힌트 기대하는 낙관론자들
비관론자 “미 경기둔화 조짐 보이는데 기술주는 비싸다” 8월 들어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주엔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에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망이 갈린다. 아직 상승장이 끝나지 않았기에 코스피지수 2500 언저리에서는 ‘저가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낙관론과 다시 강세장이 펼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2508.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고점(2667.07)을 찍은 뒤 5.93% 내렸다.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7일과 18일 장중에는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광복절(15일) 휴일 이후부터 특히 낙폭이 커졌다. 중국의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클럽)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치솟으며 연 4.2%를 넘어선 영향이다.
중국 부동산 문제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더 주요한 조정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취약한 증시 흐름에는 중국 부동산 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7월까지 랠리 이후 피로감 누적 등이 명분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본질적인 불안의 근원은 Fed의 추가 긴축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대된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후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위원들 대부분의 의견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 때문에 추가적인 긴축 통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데 모였다는 게 드러나면서다.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자 주식의 매력이 떨어졌다. 무위험 수익률을 뜻하는 금리와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로 계산되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주가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아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PER는 20배 수준으로 기대수익률이 5% 내외인데,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8일 종가 기준으로 4.9660%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한다. 그는 “현재 국내 단기금리는 3~4%대, 장기금리는 4%대이고,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기대수익률은 8.5%”라며 “주가의 기대수익률이 높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 적어도 격차가 7~8%는 돼야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낙관론에 무게를 싣는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과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시장 금리가 안정될 가능성을 점친다. 이경민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사이클이 종점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올해 잭슨홀 미팅은 추가 긴축 행보의 마무리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돼가고 있어 추가 긴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증시도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ed가 통화량을 줄이는 작업을 실행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이상 고온 탓에 급등한 유가가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신뢰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 Fed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게 강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Fed의 기준금리 정책 전환이 2개월만에 신속히 이뤄졌던 경우도 존재했다”며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지금이 이번 상승장에서 제2의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9월과 10월까지 안정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대외 악재로 미국의 경제 모멘텀 둔화와 기술주 과열이 지목됐다. 이웅찬 연구원은 “미국의 실물경제는 강력하고 국내총생산(GDP) 나우는 고점을 갱신하고 있지만, NAHB 주택시장지수 등 하강하는 선행지표도 많다”며 “민간투자와 재정지출이 강력했다지만, 높은 금리에 따른 투자의 구축효과와 재정지출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둔화되면 기업 실적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무위험 수익률(시장 금리)과 주식의 기대수익률 사이의 격차가 작은 상태에서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면 주가는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PER을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가는 이익 전망치가 작아지면 PER이 높아지고, 이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려면, 즉 PER이 낮아지려면 분자에 들어가는 주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PER 조정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금리가 하락하긴 어렵다고 허재환 연구원은 분석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한 Fed의 양적 긴축,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Fed는 팬데믹 기간 동안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공급한 현금(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위기를 넘긴 뒤 채권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현재 매월 950억달러 어치 채권을 매도하는 중이다.
다만 허 연구원은 “주택물가에 선행하는 임대료지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임금과 관련 높은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으며, 중국 경기가 불안하다”며 “금리 방향성은 장기적으로 하향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미 국채금리 급등에 낙폭 키운 코스피
잭슨홀 미팅서 긴축 종료 힌트 기대하는 낙관론자들
비관론자 “미 경기둔화 조짐 보이는데 기술주는 비싸다” 8월 들어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주엔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에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망이 갈린다. 아직 상승장이 끝나지 않았기에 코스피지수 2500 언저리에서는 ‘저가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낙관론과 다시 강세장이 펼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2508.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고점(2667.07)을 찍은 뒤 5.93% 내렸다.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7일과 18일 장중에는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광복절(15일) 휴일 이후부터 특히 낙폭이 커졌다. 중국의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클럽)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치솟으며 연 4.2%를 넘어선 영향이다.
중국 부동산 문제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더 주요한 조정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취약한 증시 흐름에는 중국 부동산 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7월까지 랠리 이후 피로감 누적 등이 명분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본질적인 불안의 근원은 Fed의 추가 긴축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대된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후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위원들 대부분의 의견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 때문에 추가적인 긴축 통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데 모였다는 게 드러나면서다.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자 주식의 매력이 떨어졌다. 무위험 수익률을 뜻하는 금리와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로 계산되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주가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아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PER는 20배 수준으로 기대수익률이 5% 내외인데,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8일 종가 기준으로 4.9660%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한다. 그는 “현재 국내 단기금리는 3~4%대, 장기금리는 4%대이고,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기대수익률은 8.5%”라며 “주가의 기대수익률이 높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 적어도 격차가 7~8%는 돼야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파월,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종료 기대에 불 지필까
금리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이번 주말에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모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이벤트여서다. 매년 여름 주요국 중앙은행장들이 모여 경제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잭슨홀 미팅의 올해 주제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다.낙관론에 무게를 싣는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과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시장 금리가 안정될 가능성을 점친다. 이경민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사이클이 종점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올해 잭슨홀 미팅은 추가 긴축 행보의 마무리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돼가고 있어 추가 긴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증시도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ed가 통화량을 줄이는 작업을 실행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이상 고온 탓에 급등한 유가가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신뢰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 Fed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게 강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Fed의 기준금리 정책 전환이 2개월만에 신속히 이뤄졌던 경우도 존재했다”며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지금이 이번 상승장에서 제2의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 경기 둔화와 기술주 과열 우려…금리도 단기간 내 안정 어려워”
반면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조정 국면이 끝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조정 기간이 1개월도 지나지 않았고, 대외 악재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9월과 10월까지 안정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대외 악재로 미국의 경제 모멘텀 둔화와 기술주 과열이 지목됐다. 이웅찬 연구원은 “미국의 실물경제는 강력하고 국내총생산(GDP) 나우는 고점을 갱신하고 있지만, NAHB 주택시장지수 등 하강하는 선행지표도 많다”며 “민간투자와 재정지출이 강력했다지만, 높은 금리에 따른 투자의 구축효과와 재정지출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둔화되면 기업 실적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무위험 수익률(시장 금리)과 주식의 기대수익률 사이의 격차가 작은 상태에서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면 주가는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PER을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가는 이익 전망치가 작아지면 PER이 높아지고, 이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려면, 즉 PER이 낮아지려면 분자에 들어가는 주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PER 조정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금리가 하락하긴 어렵다고 허재환 연구원은 분석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한 Fed의 양적 긴축,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Fed는 팬데믹 기간 동안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공급한 현금(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위기를 넘긴 뒤 채권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다. 현재 매월 950억달러 어치 채권을 매도하는 중이다.
다만 허 연구원은 “주택물가에 선행하는 임대료지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임금과 관련 높은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으며, 중국 경기가 불안하다”며 “금리 방향성은 장기적으로 하향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