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파시즘의 함정' 꼬집은 伊 작가 미켈라 무르자
“민주주의는 합의가 아니라 이견에 기초한 어리석은 정부 형태다. … 이런 버릇없는 태도가 가져올 혼란에 대처하는 효율적 체제가 파시즘이다.”

현대 사회에서 파시즘이 창궐하는 과정을 담은 <파시스트가 되는 법>(2018)을 쓴 이탈리아 작가 미켈라 무르자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51세.

얼핏 보면 파시즘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과정을 반어적으로 풍자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실용 지침서’. 효율성의 명목 아래 민주적 지도자를 독재자로 갈아치우고, 사회의 다원성을 무시하는 등 파시스트 국가로 나아가는 방법을 나열했다.

그는 다수의 사회 참여적 소설을 남겼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캄파엘로상의 영예를 안겨준 <아카바도라>(2009)에선 안락사를 둘러싼 문제를 다뤘다. 2011년 가톨릭 세계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은 <아베 마리아, 교회가 여성을 만들었다>를, 2013년 여성 혐오를 다룬 <사랑해서 죽였다고, 헛소리>를 펴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무르자는 수개월 전 신장암 4기를 판정받고 투병 끝에 로마에서 숨을 거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나와 무르자의 가치관은 악명 높을 만큼 달랐지만, 그는 자기주장을 지키기 위해 싸운 여성이었다. 그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