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그동안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동원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후폭풍으로 고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21일 기준금리를 두 달 만에 인하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위기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중국 경제가 긴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소비 진작과 부동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 패키지를 조금씩 내놓고 있다. 7월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동차 소비 촉진에 관한 조치’와 ‘전자제품 소비 촉진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다. 신에너지차 구입 자금의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했다. 낡은 전자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 효과가 큰 자동차·전자제품 등 구매에 중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부문도 규제 빗장을 서서히 풀고 있다. 최근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해 생애 첫 주택 장만이 아니더라도 무주택자일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연 7%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 연 5% 우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집을 사고팔 경우 거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일부 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을 기존 70%에서 80~90%로 상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폭이 시장 예상치인 0.15%포인트보다 더 작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다시 자극하는 대규모 부양책에는 아직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