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우주군(Space Force)과 관련한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197억8411만달러를 책정했다.

조달, 운영 및 유지 보수 예산과 미국 본토 전역 방어 등으로 분류된 우주 예산까지 합하면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의회 상원이 지난달 말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NDAA) 예산 내역 8443억달러(약 1132조원)를 21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최소 40조원’인 내년 미 우주군 예산은 한국 정부의 1년치 R&D 예산 30조원을 넘어 국방 예산 57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미 우주군 예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차세대 공중지속적외선체계(OPIR) 구축이다. 북한 등이 미 본토 공격을 목표로 핵탄두를 실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에 파악하는 위성 여러 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구 전역을 감시해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다.

OPIR 위성 가운데 상공 3만6000㎞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 3기는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이다. 극궤도 위성 2기는 록히드마틴에 필적하는 방산 기업 노스럽그루먼이 제작하고 있다. 이들 위성은 2025년부터 미 우주군에 공급될 전망이다. 글로벌위성항법체계(GPS)보다 정확도가 세 배 이상 높고 전파방해(재밍) 저항 능력이 여덟 배 높은 차세대 GPS 위성인 ‘GPS-3’ 관련 예산도 늘렸다. 록히드마틴이 GPS-3 위성 20여 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 주력 방위산업 기업이 모두 우주기술 개발에 한창인 이유는 우주군의 활동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육·해·공군의 지휘통제 및 통신, 표적 확보 및 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주군이 필수가 됐다. 이날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에 사상 처음 미 우주군이 참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주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주 공약인 우주항공청은 불과 7000억여원의 예산과 함께 권한이 협소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