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경기 남양주의 지역주택조합 분양대행사 대표 등을 허위·과장 광고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아파트 부지를 100% 확보했다고 속여 조합원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을 틈타 부실 지역주택조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시도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허위·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지역주택조합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총피해액 462억원 추산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남양주시 오남읍의 지역주택조합 분양대행사 대표 A씨 등 네 명을 사기와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은 오남읍에 673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했다. 201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지하 2층~지상 29층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며 조합원을 모집해왔다. 이들은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부지를 70~80% 확보했지만 ‘100% 확보했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전·현직 조합원 수는 약 650명, 총피해액은 46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은 130명으로 피해 금액은 90억원 안팎이다.

조합원들에게 소개한 아파트 조감도 역시 허위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안인 조감도로 아파트 규모가 확정된 것처럼 과장 광고를 했다”며 “이를 믿고 조합에 가입한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2019년 12월 준공 예정이라고 소개됐지만 아직까지 토지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착공은커녕 토지 소유주와의 분쟁으로 8년째 사업이 멈춰 버린 상태다.

◆분쟁 급증에 서울 전수조사 나서

조합원들은 계약금 반환 소송 등도 진행하고 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월 조합원이 된 B씨는 올해 초 법원으로부터 ‘8500만원을 조합에서 돌려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조합 측은 “사업 진행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반환을 미루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일당이 최근에도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구매자들은 각별히 주의하라”고 말했다.

A씨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업이 지연된 것이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며 “허위 광고 등의 혐의는 일부 현장 직원의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짓는 제도다.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하며 사업 전반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저렴하다. 그러나 조합이 결성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횡령, 사기 등의 분쟁이 수시로 벌어진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분쟁이 더욱 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분쟁이 급증하면서 다음달 15일까지 시내 지역주택조합 111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신축 아파트를 저렴한 비용으로 장만할 수 있다’ ‘빨리 가입해야 로열층,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다’ ‘추가 분담금이 없다’는 식의 허위 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하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금을 낸 뒤에 과도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의 잦은 분쟁과 낮은 성공률 등을 감안, 사전에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통계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확률이 30%가 안 된다”며 “사업성과 사업 진행 가능성 등을 잘 살펴보고 계약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