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부당이익의 최대 두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 시행령이 입법예고 후 돌연 취소됐다. 금융감독당국과 사법당국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범 대응안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 후속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22일자로 취소했다. 지난 18일 공고를 낸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이번에 입법예고가 취소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다. 주가조작범에 대한 과징금 부과 비율과 절차, 부당이득 산정 방식 등을 규정했다.

이 시행령은 이달 입법예고를 거쳐 당초 내년 1월 시행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막판에 일정이 틀어졌다. 입법예고 이틀 전인 지난 16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사법당국이 추가 논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금융감독당국이 사법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안은 금융위가 검찰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뒤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통보 후 1년이 지났거나 검찰과 협의를 거친 건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주가조작범 처벌 권한은 해묵은 갈등거리다. 법무부, 검찰, 법원행정처 등은 이전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주가조작을 비롯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처벌은 사법행위의 영역이란 방침이다. 형사 단위로 처벌해야 할 사건을 과징금 징계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반면 금융위 등은 주가조작범에 대해 행정부 차원에서도 제재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건마다 형을 따지는 사법 절차는 1년 이상 소요되고, 형벌 확정까지는 더 긴 기간이 걸려 추가 범죄 우려가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법당국 등과 논의를 거쳐 다음달 초중순께 최종 개정안이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