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21일 오후 5시 13분

21일 오후 4시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 12층. HMM 매각 예비입찰 서류 접수 마감을 한 시간여 앞둔 이곳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독일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하파그로이드 관계자가 가장 먼저 서류를 내고 돌아갔다. 뒤이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동원과 하림이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LX는 비공개로 현장을 찾아 입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인수전이 본격 시작된 순간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선사인 하파그로이드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유일하게 남은 국적 해운사인 HMM을 해외에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HMM 인수전이 사실상 하림과 동원, LX그룹 3파전으로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한 이유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5000억원이다. 모자라는 자금은 인수금융을 일으키고,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부지를 유동화해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동원은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협업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동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6000억원이다. 셋 중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LX(약 2조4000억원)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협업, 인수금융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하림과 동원, LX그룹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연 8%대 중후반에 달하는 인수금융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이 HMM에 쌓여 있는 현금성 자산을 배당으로 빼가는 걸 탐탁지 않게 본다는 것도 인수 후보 기업들엔 부담이다. 산은은 인수 이후 대규모 배당을 막기 위해 인수자와 주주 간 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산은이 이번 매각 작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은은 매각공고문에서 “매각 절차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개 매각이 무산되면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물밑에서 원매자를 찾아 협상을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입찰로 전환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