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했다 범죄 대상 된 평범한 여성 그려
나도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영화 '타겟'
대낮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요즘이다.

이른바 '묻지 마' 흉기 난동이나 각종 분노 범죄가 시간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면서다.

최근에는 한 교사가 출근길에 성폭행범의 습격으로 숨진 사건까지 일어나, 여성들을 중심으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낯선 이에게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유별난 강박이 아닌 통념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박희곤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타겟'은 '나'도 언제든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파고든다.

주인공은 30대 회사원 수현(신혜선 분)이다.

많은 범죄 피해자가 그렇듯 수현 역시 아무 잘못 없이 범죄자의 타깃이 된다.

그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고장 난 세탁기 한 대를 샀을 뿐이다.

수현은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범인의 게시글마다 '사기꾼이니 돈을 보내지 말라'는 댓글을 단다.

범인은 수현에게 메시지를 보내와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경고한다.

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도발한다.

범인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나도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영화 '타겟'
범인은 수현을 사칭해 '무료 나눔' 글을 올리는 것에서부터 보복을 시작한다.

수현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무료 나눔을 받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는다.

며칠 뒤에는 주문한 적 없는 음식을 들고 배달 기사들이 집을 찾는다.

이 또한 범인의 짓이다.

수현을 향한 범행은 점점 더 대담해진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배달 기사들과 입씨름하는 정도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까지 차근차근 수위를 높인다.

가장 안전하다 느껴야 할 집은 범인의 놀이터가 된다.

범인의 기상천외한 괴롭힘 수법은 언뜻 현실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를 이용해 타인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가 아닌가.

박 감독은 현직 경찰들을 직접 만나 수집한 각종 사례와 자료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에는 중고 거래 사기뿐만 아니라 메신저 금융사기, 일명 '초대남'(잠자리에 초대받은 남자) 등 각종 온라인 범죄가 등장해 리얼리티를 높인다.

수현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인 데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중고 거래가 소재이기 때문에 영화는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나도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영화 '타겟'
하지만 이런 소재의 힘에도 불구하고 중후반부터는 다른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접했던 스토리가 전개돼 기시감을 준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가 범죄에 휘말린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생각나기도 한다.

나름대로 반전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범인의 정체 역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여성 대상 성범죄와 마구잡이 폭행 장면 등은 분노와 공포감보다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8월 30일 개봉.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