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모디 집권 9년 동안 '변하면서 변하지 않은' 인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새로 포장한 도로 위에 소들이 싸놓은 똥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에서는 다음 달 9∼10일 수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도로포장 등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필자는 거주하는 뉴델리 동부 레지던스 호텔 주변에서 소똥을 쉽게 발견한다.
최근에 포장한 도로이건 오래된 도로이건 상관없이 곳곳에 소똥이 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소똥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는 2014년 3년 간의 뉴델리 특파원 임기를 마친 뒤 약 9년 만에 두 번째 부임을 위해 지난달 21일 뉴델리에 도착한 필자에게 사람들이 던진 질문 때문이다.
질문은 '9년 만에 뉴델리에 돌아와 보니 어떻게 바뀐 것 같으냐'이다.
이는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BJP)의 집권 9년 동안 인도가 어떻게 변했느냐'와 사실상 같은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표현을 궁리하다가 떠오른 화두가 바로 소똥이다.
새로 포장한 도로가 변화하는 인도의 모습을 의미한다면, 수천년간 인도 아(亞)대륙에 존재해온 소똥은 변하지 않는 인도의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올해 집권 10년 차를 맞은 모디 총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하고 있다.
그렇게 되리라고 '주술'을 거는 모습도 보인다.
경제 발전에 올인한 성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암튼 모디 정부가 집권 후 지금껏 해온 것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설명을 시도한다면 "변한 것도 많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또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로 말하고 싶다.
뉴델리에 도착한 뒤 만난 이들에게 실제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변한 것이라면 정부와 관련된 모든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점, 상거래 결제수단도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을 우선 꼽고 싶다.
다만 정부 관련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경우 입력이 잘 되지 않는 답답함도 있다.
택시호출 앱을 깔아보면 자동차,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자전거(서너 명이 탈 수 있는 좌석 공간을 단 자전거)까지 선택할 수 있다.
결제는 현금으로 할 수 있지만 현금을 내밀면 되레 귀찮다는 눈치를 보인다.
결제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각종 페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배달문화도 한국을 뺨칠 정도다.
음식·생활용품 등을 앱으로 주문하고 배달원이 오면 카드로 결제하면 그만이다.
배달원의 카드 리더기 지참은 필수다.
배달문화가 이처럼 발달하게 된 것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기에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모습은 모디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따른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것을 시도했을까?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부문에서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이런 흐름을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자는 것으로 읽힌다.
모디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세 번째로 집권,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기틀을 쌓겠다고 지난 15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밝혔다.
뉴델리 시내에 고층은 아니지만 10층 정도 아파트가 상당히 들어서 있다는 것도 변한 점이다.
물론 뉴델리와 인접한 하리아나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은 고층 아파트 및 빌딩이 즐비한 신천지로 변한 지 오래됐다.
고층 아파트는 골프장과 수영장까지 딸린 것도 있다.
다만 필자가 보고 느낀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면적이 328만㎢로 세계 7위이자 한국의 약 33배에 달하는 인도 28개 주(州) 가운데 하나인 델리주, 그 델리주에 속하는 뉴델리의 모습을 조금 본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변하지 않은 것은, 거주지로 잡은 레지던스 호텔 주변처럼 도로에 소와 개가 어슬렁거린다는 것이다.
물론 뉴델리 도심에는 소와 개가 거의 없고 도로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필자의 집(호텔)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市)와 가깝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14억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가 신성시하는 소는 먹을 것을 찾느라 인간이 생산한 쓰레기를 헤집고 있다.
뉴델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를 뒤지면 먹을 것이 나온다.
소가 쓰레기를 뒤지는 이유다.
일부 다른 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한다고 한다.
반전도 있다.
언뜻 보기에 이들 소가 병약할 것 같은데 가까이 가서 보니 건강한 소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도로에 소 여러 마리가 서성거리면 자동차들은 피해서 다닌다.
떠돌이 개들은 주로 새벽에 주인 있는 개나 소를 향해 짖어댄다.
소 등 동물에게 이유 없이 소리를 치거나 하는 '학대' 행위는 찾기 힘들다.
한번은 이른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한 여인이 차도에서 한 손으로는 풀을 안고 다른 손으로 풀을 소에게 먹이는 것을 보았다.
또 한번은 어떤 중년 남자가 도로에 그릇을 놓고 우유를 부어 떠돌이 개를 먹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70대 노인이 좁쌀 같은 노란 곡물을 인도(人道)에 뿌렸다.
이에 까마귀들이 우르르 몰려와 쪼아먹었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중 하나는 인도인들의 동물 사랑이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힌두교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과 사고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삶이 윤회한다고 믿는 힌두교도가 자신도 현생에 업보를 잘못 쌓아 내생에 낮은 카스트에 속하거나 동물 등으로 '신분 하강'된 형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동물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같은 맥락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한다.
사회 단체에서는 가난한 이들이나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정부도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특정 장소에 공중화장실을 짓기도 한다.
특히 모디 정부는 집권 이후 공중화장실을 전국에 걸쳐 대거 설치했다.
헌법에 따라 하층민에 대한 교육·공직 진출 혜택 제도도 여전히 실시하고 있다.
또 변하지 않은 극명한 사실 하나.
도로에는 자동차 등 온갖 탈것과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무단횡단해도 오케이다.
경적을 아무리 자주, 크게 눌러도 서로 개의치 않는다.
자동차 운전사가 분기점을 지나 수십m 직진했다가 후진해 분기점에서 왼쪽 도로로 진입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면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인도는 '인도주의적'이다.
/연합뉴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에서는 다음 달 9∼10일 수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도로포장 등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필자는 거주하는 뉴델리 동부 레지던스 호텔 주변에서 소똥을 쉽게 발견한다.
최근에 포장한 도로이건 오래된 도로이건 상관없이 곳곳에 소똥이 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소똥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는 2014년 3년 간의 뉴델리 특파원 임기를 마친 뒤 약 9년 만에 두 번째 부임을 위해 지난달 21일 뉴델리에 도착한 필자에게 사람들이 던진 질문 때문이다.
질문은 '9년 만에 뉴델리에 돌아와 보니 어떻게 바뀐 것 같으냐'이다.
이는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BJP)의 집권 9년 동안 인도가 어떻게 변했느냐'와 사실상 같은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표현을 궁리하다가 떠오른 화두가 바로 소똥이다.
새로 포장한 도로가 변화하는 인도의 모습을 의미한다면, 수천년간 인도 아(亞)대륙에 존재해온 소똥은 변하지 않는 인도의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올해 집권 10년 차를 맞은 모디 총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하고 있다.
그렇게 되리라고 '주술'을 거는 모습도 보인다.
경제 발전에 올인한 성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암튼 모디 정부가 집권 후 지금껏 해온 것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설명을 시도한다면 "변한 것도 많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또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로 말하고 싶다.
뉴델리에 도착한 뒤 만난 이들에게 실제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변한 것이라면 정부와 관련된 모든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점, 상거래 결제수단도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을 우선 꼽고 싶다.
다만 정부 관련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경우 입력이 잘 되지 않는 답답함도 있다.
택시호출 앱을 깔아보면 자동차,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자전거(서너 명이 탈 수 있는 좌석 공간을 단 자전거)까지 선택할 수 있다.
결제는 현금으로 할 수 있지만 현금을 내밀면 되레 귀찮다는 눈치를 보인다.
결제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각종 페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배달문화도 한국을 뺨칠 정도다.
음식·생활용품 등을 앱으로 주문하고 배달원이 오면 카드로 결제하면 그만이다.
배달원의 카드 리더기 지참은 필수다.
배달문화가 이처럼 발달하게 된 것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기에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모습은 모디 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따른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것을 시도했을까?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부문에서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이런 흐름을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자는 것으로 읽힌다.
모디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세 번째로 집권,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기틀을 쌓겠다고 지난 15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밝혔다.
뉴델리 시내에 고층은 아니지만 10층 정도 아파트가 상당히 들어서 있다는 것도 변한 점이다.
물론 뉴델리와 인접한 하리아나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은 고층 아파트 및 빌딩이 즐비한 신천지로 변한 지 오래됐다.
고층 아파트는 골프장과 수영장까지 딸린 것도 있다.
다만 필자가 보고 느낀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면적이 328만㎢로 세계 7위이자 한국의 약 33배에 달하는 인도 28개 주(州) 가운데 하나인 델리주, 그 델리주에 속하는 뉴델리의 모습을 조금 본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변하지 않은 것은, 거주지로 잡은 레지던스 호텔 주변처럼 도로에 소와 개가 어슬렁거린다는 것이다.
물론 뉴델리 도심에는 소와 개가 거의 없고 도로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필자의 집(호텔)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市)와 가깝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14억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가 신성시하는 소는 먹을 것을 찾느라 인간이 생산한 쓰레기를 헤집고 있다.
뉴델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를 뒤지면 먹을 것이 나온다.
소가 쓰레기를 뒤지는 이유다.
일부 다른 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한다고 한다.
반전도 있다.
언뜻 보기에 이들 소가 병약할 것 같은데 가까이 가서 보니 건강한 소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도로에 소 여러 마리가 서성거리면 자동차들은 피해서 다닌다.
떠돌이 개들은 주로 새벽에 주인 있는 개나 소를 향해 짖어댄다.
소 등 동물에게 이유 없이 소리를 치거나 하는 '학대' 행위는 찾기 힘들다.
한번은 이른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한 여인이 차도에서 한 손으로는 풀을 안고 다른 손으로 풀을 소에게 먹이는 것을 보았다.
또 한번은 어떤 중년 남자가 도로에 그릇을 놓고 우유를 부어 떠돌이 개를 먹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70대 노인이 좁쌀 같은 노란 곡물을 인도(人道)에 뿌렸다.
이에 까마귀들이 우르르 몰려와 쪼아먹었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중 하나는 인도인들의 동물 사랑이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힌두교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과 사고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삶이 윤회한다고 믿는 힌두교도가 자신도 현생에 업보를 잘못 쌓아 내생에 낮은 카스트에 속하거나 동물 등으로 '신분 하강'된 형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동물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같은 맥락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한다.
사회 단체에서는 가난한 이들이나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정부도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특정 장소에 공중화장실을 짓기도 한다.
특히 모디 정부는 집권 이후 공중화장실을 전국에 걸쳐 대거 설치했다.
헌법에 따라 하층민에 대한 교육·공직 진출 혜택 제도도 여전히 실시하고 있다.
또 변하지 않은 극명한 사실 하나.
도로에는 자동차 등 온갖 탈것과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무단횡단해도 오케이다.
경적을 아무리 자주, 크게 눌러도 서로 개의치 않는다.
자동차 운전사가 분기점을 지나 수십m 직진했다가 후진해 분기점에서 왼쪽 도로로 진입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면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인도는 '인도주의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