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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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인 야생 아무르 호랑이(일명 백두산 호랑이)의 민가 출몰이 급증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당국은 먹이 부족과 서식지 파괴 등 영향으로 야생 아무리 호랑이의 올해 민가 출몰 횟수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올해 1∼6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 지역 민가에 아무르 호랑이가 나타난 횟수가 18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해 기록인 98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야생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하바롭스크주에서는 올해 들어 호랑이가 주민을 공격한 사건도 3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연해주에서도 같은 기간 아무르 호랑이가 민가에 나타난 사례가 90건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러시아 극동에서 호랑이의 민가에 출현 횟수가 잦아지고 이에 따른 주민 피해가 발생하자 당국은 호랑이를 내쫓거나 포획하기 위해 사냥꾼과 수의사 등으로 구성한 특별팀을 꾸렸다.

또 극동 지역 행정당국과 경찰 등은 호랑이가 사냥감으로 노리는 가축을 집 밖으로 내놓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반면, 현지 민간단체는 "당국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과학자·전문가 그룹과의 논의를 거쳐 호랑이 서식지에서 허용되는 벌목·광물 채굴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생 호랑이 먹이 확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야생 멧돼지 사냥을 금지하고, 호랑이 서식지에 먹이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림 파괴로 멧돼지와 노루 개체수가 줄자 호랑이들이 개나 가축 등을 사냥하기 위해 민가로 내려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먹이 부족뿐만 아니라 자연 서식지 파괴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동물인 아무르 호랑이는 무분별한 사냥 등으로 인해 20세기 중반 이후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 아무르 호랑이 개체수의 95%인 750마리가 러시아 전역에 서식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