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이 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수익과 자산 규모가 동시에 늘어난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주목된다.

현대캐피탈, 연체율 0%대로 떨어진 비결은?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0.98%로 전 분기(1.12%)보다 0.14%포인트 하락했다. 영업수익(2조5198억원)은 작년 상반기 대비 13.4%, 자산(39조9094억원)은 8% 가까이 증가했다.

금리가 올라간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 위험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KB·하나·신한·우리금융 등 국내 상위 캐피털사 연체율은 일제히 1%를 넘어섰다.

자동차 금융에 집중하는 현대캐피탈의 부동산 PF 규모는 전체 자산의 약 3.5%(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신한캐피탈(16.1%), KB캐피탈(9.5%) 등과 비교해도 작다. 부동산 PF 부실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캐피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연체나 사기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예측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활용 가능한 2300여 개 정보 중 변별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400여 개 항목을 선별해 연체 고객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연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고객에게는 납입금이 연체되지 않도록 사전 안내한다”고 했다.

목진원 대표가 직접 주관하는 위기대응협의체인 ‘디커미티’를 구성하는 등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조기에 구축한 것도 작용했다. 디커미티에선 현재 상황이 2013년 유럽발 재정위기와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시장 흐름과 비슷하다는 점을 간파해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시나리오에 따라 전사적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문별 사업 전략에 즉시 반영했다”며 “무담보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우량 고객 확보에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