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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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노동자 출신 미국 무명가수의 노래가 단번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정상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올리버 앤서니(사진)의 노래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스타들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온종일 일하고, 초과근무를 해도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노동자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복지정책과 그 배후의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가사에 공감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었다. 미국 남부와 중서부 백인들이 선호하는 컨트리 장르의 이 노래에는 ‘미국 보수층의 찬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12일 만에 3000만 건을 넘어섰다.

보수층의 열광은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순위 집계 기간에 이 노래의 다운로드는 14만7000건, 스트리밍은 1750만 건이었다. 빌보드에 따르면 과거 어떤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수의 노래가 1위에 오른 것은 앤서니가 처음이다.

버지니아주 외딴 마을 출신인 앤서니는 17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업무 중 두개골이 골절되는 사고를 겪은 뒤 10년 가까이 일용직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800만달러(약 107억원)에 계약하자는 업체의 제안을 거부한 그는 “유명해지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앤서니는 백인 보수층 노동자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내 정치적 성향은 중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