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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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침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되지만 세계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하는 10개의 세계 교역 추적 지표 중 6개 지표가 정상 범위 아래에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개 지표는 장기 평균 수준에 있었으며 평균을 넘어선 지표는 하나도 없었다.

주로 경제 규모가 큰 주요국의 산업 지표가 장기 평균을 밑돌았다. 독일의 산업전망과 미국과 중국의 신규 수출 지표가 모두 침체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독일의 9000개 기업을 조사한 경기 전망이 83.5로 장기 평균(98.3)과 격차가 컸다.

수출입 규모가 큰 국가 중 통계가 빠르게 집계되는 한국과 대만의 수출도 장기 평균에 못 미쳤다. 지난 8월 1~20일 한국 수출액은 278억5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를 잇는 홍콩항의 컨테이너지수도 하락하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면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세계 수요가 의미 있게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세계 주요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인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또 최근 중국발 부동산 위기로 세계 경기 반등을 촉발할 수 있는 중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계 주요 항의 물동량이 늘면서 글로벌 교역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최대 항구인 LA항은 지난 6월부터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미국 내 물동량을 보여주는 컨테이너 양이 올해 처음 장기 평균 범위 안에 들었다. 세계 전자업종 경기 지표로 쓰이는 싱가포르 전자기기 수출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두 달 만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세계 2위 항구인 싱가포르항 역시 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싱가포르항의 컨테이너지수는 2월부터 5개월 연속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곡물과 석탄 등 원료 운반에 쓰이는 벌크선 운임 지표인 건화물운임지수(BDI)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