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은 분양 못 받아…신혼부부엔 최대 8000만원 지원"
“싱가포르에서는 저소득 신혼부부가 주택을 구매할 때 가장 큰 혜택을 줍니다. 1인 가구에는 굉장히 불리한 구조지만 결혼한 가구에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이관옥 싱가포르국립대 부동산학과 교수(사진)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의 주택정책도 신혼부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선 최근 1인 가구를 위한 청약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이는 싱가포르와 정반대”라며 “싱가포르는 35세 미만 미혼 독신은 공공주택을 신규 분양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35세 이상이더라도 집의 형태(소형 주택형만 가능)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비해 생애 최초로 집을 구매하는 신혼부부에 대한 혜택은 파격적인 수준”이라며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8만싱가포르달러(약 8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주택 정책에 힘입어 젊은 세대들이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급여가 적을 때 집을 사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싱가포르에선 대학 졸업 후 결혼해서 공공주택 분양을 노리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합계 출산율이 여전히 낮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1명 이하로 떨어진 한국보다 나은 건 이런 정책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춰 주거정책을 내놓는 건 출산장려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 정부는 2021년 9월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미혼인 1인 가구도 신청할 수 있게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이 교수는 “싱가포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결혼을 미루는 상황을 겪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글보다는 커플을 중심으로 가족 친화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도 싱글들의 불만이 많지만,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성대로 주택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청년 주택을 지원하는 부분에 너무 치중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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