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3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2021년 헝다가 가장 먼저 자금난에 빠진 데 이어 완다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1위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업계에 도미노 부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계에 봉착한 부동산 중심 경제 성장 모델을 전환하고 싶은 게 속내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부동산 위기 등 복합 위기가 닥치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

부동산은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중심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부동산 개발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이뤄낸 고도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기능했다. 지방정부가 총수입의 40%를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에 토지를 빌려주고 받은 돈에 의존할 정도다. 중국 가계의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0%에 달한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 전체가 위태로운 이유다.

中 1~3위 개발社 위기…부동산 의존 성장모델 한계 봉착
중국의 이 같은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새로운 주택 구매 수요가 급감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 인구는 줄고 도시화율도 연간 1~1.5%에 그치고 있다. ‘산업화→도시 인구 유입→부동산 수요 확대’의 선순환이 깨진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와 금융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지방정부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국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됐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숨어있는 부채를 모두 합치면 중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2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블랙스톤’으로 불리는 중룽국제신탁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신(新)경제는 아직 역부족

중국은 2020년부터 부동산 중심 성장 모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며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혀왔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행위를 봉쇄한 레드라인 규제가 대표적이다. 주택 수요자 대출 규제도 시행했다. 그 결과 3·4선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미분양이 증가해 유령 도시가 생겨났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 등 신(新)경제를 통해 부동산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태양광·배터리·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를 막을 만큼 첨단산업의 체력이 아직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 수출 통제로 중국의 숨통을 조이는 등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에 제동을 거는 점도 부담이다.

◆위기 막지만 더 큰 붕괴 위험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쇄 부도와 금융 시스템 붕괴를 관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국유은행·국유기업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점도 위기 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또 가격 하락 제한 조치, 국유기업의 토지 매입 등 부동산 붕괴를 방어할 정책카드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 부양책이 중국 경제의 체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웨이 시옹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일부 조치는 시장의 자원 배분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문제의 구조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더 큰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