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어두운 과거 청산” > 류진 풍산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39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혁 기자
< 류진 “어두운 과거 청산” > 류진 풍산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39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혁 기자
한국경제인협회로 새출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39대 회장에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22일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했다. 경제단체 수장 취임사에 반성이 들어간 건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회원에서 탈퇴하면서 6년여간 전경련 위상이 추락한 데 이유가 있다.

이날 4대 그룹은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정경유착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류진호(號)의 전경련은 정경유착 우려를 해소할 혁신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천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신뢰·윤리 강조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혁신’ ‘윤리’ ‘신뢰’ ‘소통’ 등의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준법감시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류 회장은 새로 만든 윤리헌장도 공개했다. 향후 한국경제인협회(사무국)와 그 구성원이 지켜야 할 윤리헌장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등 기존 경제단체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담겼다.

4대 그룹 일단 복귀

전경련의 혁신은 회비의 40%를 차지하고, 재계 위상을 보여주는 4대 그룹의 실질적인 재가입과도 직결된다. 이날 전경련이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면서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한경연엔 회원사로 남아 있던 삼성전자 SK㈜ 현대차 LG전자 등 4대 그룹 15개 회사가 전경련 회원으로 전환됐다. 삼성증권 경영진은 전경련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4대 그룹 관계자들은 “지금은 흡수통합에 따라 절차상 회원 지위를 승계한 것”이라며 “회비를 내는 과정까지 협의 과정이 남아 있으며, 언제든지 정경유착이 재현되면 탈퇴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지난 19일 전경련 재가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현재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현될 가능성,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이 새로 만들기로 한 윤리경영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 상근부회장 등의 인선 결과와 윤리헌장에 기초한 구체적 규정 및 규제 방안 등에 따라 혁신 방향과 강도가 정해질 전망이다.

美 CSIS가 모델

류 회장은 향후 전경련의 모델로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같은 싱크탱크 형식을 제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경련이 추구하는 가치 모델’을 묻는 질문에 “미국 헤리티지재단도 좋지만 미국 CSIS를 생각하고 있다”며 “중립적이고, 모든 분야 이슈를 다루며, 필요한 정보를 (회원사에) 많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이 2020년부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CSIS는 초당파적인 연구 성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 싱크탱크다. 류 회장은 “국내 대기업이 연구하지 못하는 사항들을 가져와 국내 기업에 도움을 주고,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매칭해 직접 당사자와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직 개편도 예고하고 있다. 한때 국내 대표적 싱크탱크였던 한경연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25명이던 박사급 연구원이 현재 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싱크탱크로 거듭나려면 연구 조직을 더 확대·강화하든지, 연구를 용역(아웃소싱)에 주력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