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한 22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이 휴대폰을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혁 기자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한 22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이 휴대폰을 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혁 기자
“몇 달 전부터 일본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는데…”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1층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64)는 한숨부터 쉬었다. 22일 오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을 접한 상인들은 수산물 판매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노량진시장 상인들은 다음달 추석 대목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상인 이상현 씨(62)는 “정부가 일본을 설득해 오염수 방류 시점을 늦추지 않을까 기대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시장 상인회 측은 몇 달 전부터 수산시장 건물 담벼락에 ‘근거 없는 허위·과장 정보, 국민 불안 야기 마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복 주산지인 전남 완도는 생산 과잉과 소비 위축으로 전복 시세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을 맞았다. 완도군 노화도의 김광근 완도전복생산자협회 지부장은 “추석 선물 시즌을 앞둔 상황에 암담한 소식”이라며 “경기 침체 등 가뜩이나 전복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노화도에서 매년 20t가량의 전복을 출하하는 김 지부장은 최근 들어 수익이 반 토막 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네 어촌 내 총 80가구가 전복 양식을 해왔는데 가격 하락으로 약 20가구가 파산을 신청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오염수 방류가 전복 양식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까 걱정했다.

일반 수산업 종사자들도 걱정이 컸다. 경기 수원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형수 씨(53)는 “그나마 있던 배달 손님도 이번 일본 발표 이후 끊길까 봐 걱정된다”며 “국민 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면 업종을 변경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이날 해수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 건수를 늘리는 등 보다 강화된 방사능 관리 체계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1일부터 국내 위판 물량의 80%를 점유하는 43개 위판장을 대상으로 수산물 방사능 신속 검사를 하고 있다. 수입 수산물에 대해 추가 수산물 원산지 표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과 가까운 부산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부터 해수 방사능 검사 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방사능 검출 시 즉각 유통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해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이 금지됐다.

조철오/완도=임동률/부산=민건태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