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만 가능한 핵연료 재처리, 앞으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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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안보실장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가능성 언급
2015년 협정 이후 재처리 금지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 허용
전문가 "3국 정상의 결단으로
日 수준의 핵잠재력 보유해야"
2015년 협정 이후 재처리 금지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 허용
전문가 "3국 정상의 결단으로
日 수준의 핵잠재력 보유해야"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에 밝힌 입장인 만큼 정상회의 후속 대책 중 하나로 협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일본 수준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 실장은 지난 21일 한 TV 방송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자력 협정을 맺어서 재처리나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8일 한·미·일 정상의 미국 캠프 데이비드 회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외교가에선 미국통이면서 북핵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인 조 실장의 발언인 만큼 비중을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실제 3국 정상이 원자력 협정 관련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발언은 장기적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꾸준히 한·미 원자력 협정을 ‘미·일 원자력 협정’ 수준으로 재조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미국은 1988년 발효된 미·일 원자력 협정을 통해 일본에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 협정은 2018년 재연장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20년 말 기준 플루토늄을 46t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원자폭탄 수천 발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반면 한국은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금지됐고, 20% 미만의 우라늄 저농축만 허용받은 상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한·미 관계가 굳건하지만 향후 외교 환경이 급변해 미국이 한국의 핵우산을 해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불확실한 안보 상황에 대비해 핵무장은 못 하더라도 일본 수준까지는 핵 개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원전 공사를 발주하는 국가가 핵연료 공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결해줄 수 있으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 한국은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원전을 10기 이상 운영하는 주요국 중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조차 못 밟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을 의학 및 우주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현실화되려면 추후 한·미·일 정상회의 등에서 정상 간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문제를 한국의 핵잠재력 위협으로 볼 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동등한 신뢰 구축,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개발이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라며 “대통령이 꾸준히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
조 실장은 지난 21일 한 TV 방송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자력 협정을 맺어서 재처리나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런 부분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8일 한·미·일 정상의 미국 캠프 데이비드 회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외교가에선 미국통이면서 북핵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인 조 실장의 발언인 만큼 비중을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실제 3국 정상이 원자력 협정 관련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발언은 장기적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꾸준히 한·미 원자력 협정을 ‘미·일 원자력 협정’ 수준으로 재조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미국은 1988년 발효된 미·일 원자력 협정을 통해 일본에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 협정은 2018년 재연장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20년 말 기준 플루토늄을 46t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원자폭탄 수천 발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반면 한국은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금지됐고, 20% 미만의 우라늄 저농축만 허용받은 상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한·미 관계가 굳건하지만 향후 외교 환경이 급변해 미국이 한국의 핵우산을 해주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불확실한 안보 상황에 대비해 핵무장은 못 하더라도 일본 수준까지는 핵 개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원전 공사를 발주하는 국가가 핵연료 공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결해줄 수 있으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 한국은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원전을 10기 이상 운영하는 주요국 중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조차 못 밟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을 의학 및 우주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현실화되려면 추후 한·미·일 정상회의 등에서 정상 간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문제를 한국의 핵잠재력 위협으로 볼 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동등한 신뢰 구축,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개발이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라며 “대통령이 꾸준히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