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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실적 개선에 주가 15% 급등
모건스탠리 등 목표주가 상향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한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후계자로 불렸던 니케시 아로라가 2016년 돌연 퇴임한 후 실리콘밸리 복귀 무대로 선택한 기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로 꼽히는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향해가고 있다.

해킹에 따른 기업 피해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00억달러(약 268조원) 규모로 성장한 사이버 보안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목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리며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10년 내 시총 1000억달러”

팔로알트 네트웍스의 주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4.84% 급등한 240.8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7월 5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57.88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최근 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주가를 밀어 올렸다. 지난 18일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2023회계연도 4분기(5~7월) 매출이 1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19억6000만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1.44달러로,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예측치(1.28달러)를 뛰어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0센트 올랐다. 매출 성장세의 가늠자로 활용되는 청구 금액(billings)은 같은 기간 18% 불어난 31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애초 시장에선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실적 발표 시점을 두고 이 회사의 실적이 저조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통상 ‘금요일 장 마감 후’는 악재 요인이 있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컨퍼런스콜 시간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반영, 실적 발표일 공시 직후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주가는 19%가량 폭락해 208.02달러까지 가라앉았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프레지던트캐피털,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IB들은 줄줄이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평균 목표주가는 272.8달러로, 이날 종가 대비 14%가량 높다. 304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모건스탠리는 특히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이 앞으로 12개월 내에 1000억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총은 764억5150만달러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2024회계연도 매출액 가이던스를 81억5000만~82억달러, EPS 가이던스를 5.27~5.40달러로 잡았다. 같은 기간 청구 금액 목표치는 109억~110억달러로, 2023회계연도 대비 19~20% 개선될 거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는 “청구 금액 증가율에 대한 컨센서스는 17%였다”며 “차세대 보안 제품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세를 나타내며 2026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하드웨어 방화벽 수요의 주기적 둔화세를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AI 수혜…사이버 보안 시장 초고속 성장”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자 글로벌 보안업체인 체크포인트와 넷스크린테크놀로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니르 주크가 2005년 세운 회사다. 주크는 초기 단계의 방화벽에 적용됐던 상태기반감시(stateful inspection) 기술과 침입방지시스템(IPS) 등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다. 현재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아 있다.

2007년부터 하드웨어 방화벽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방화벽 부문에서도 선도적 투자를 단행해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다. 소프트웨어 방화벽 1위 사업자로, 점유율은 2위 기업보다 3배 이상 높다. 포브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사이버 보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 회사가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2018년 아로라 전 소프트뱅크그룹 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한 이후 이 회사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왔다. 인도 태생의 아로라 CEO는 2014년까지 구글에서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지내다 소프트뱅크그룹으로 영입됐으나 2016년 돌연 사임했다. 손정의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데려와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사업 매각과 경영권 승계 시점 등을 두고 두 사람 간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년 뒤 그는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CEO로서 실리콘밸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로라 CEO는 사이버 보안 시장의 성장성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21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민감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는 악당(bad actor)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선 통합되고 현대화된 사이버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시스템 해킹에며칠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시간 안에도 가능하게 됐다”며 “며칠이 아니라 몇 시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으려면 시스템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보안 관련 전문가 300만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로라 CEO는 “사이버 보안 분야 총가용시장(TAM)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2018~2023년 약 14%”라며 “일반적인 정보기술(IT) 시장 성장률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짚었다.

구리 광산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 화장품 제조업체인 에스티로더, 세제 전문회사 클로락스 등 유명 기업들이 최근 줄줄이 해킹 피해를 당하고 있어 사이버 보안 관련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보안 사고가 확인된 날로부터 나흘 이내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7월 클라우드 기반 보안 기술 중 하나인 보안접근서비스엣지(SASE) 부문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당시 MS의 발표 직후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주가는 7%가량 폭락했다.
'손정의 후계자'였던 그가 선택한 보안업체…"MS도 못 따라 와" [글로벌 종목탐구]
아로라 CEO는 MS의 진입으로 “이 시장의 성장성이 입증됐다”면서도 “MS는 갈 길이 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초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SASE 시장에 우리는 5년 전부터 씨를 뿌리고 투자해왔으며, 우리 말고도 여러 플레이어들이 있다”며 자사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아로라 CEO는 “하드웨어 방화벽과 소프트웨어 방화벽, SASE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며, 고객들은 이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실적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매출 기준)을 나타내며 빠른 속도로 개선돼 왔다. 최근 5년 주가 상승률은 220%에 달하며, 올해 들어서는 73% 올랐다. 지난 6월19일부터는 S&P500지수에 편입됐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