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기 미국·소련이 벌였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에는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된 남극에 상륙해 탐사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인도·중국 등 신흥국들도 참전하며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남극 물 발견으로 반세기 만에 '우주 경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달에 도착해 물을 찾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러시아가 달 남극을 관측하기 위해 쏘아올린 무인탐사선 루나 25호는 달 표면에 추락하며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냉전 이후 러시아가 47년만에 시도한 달 탐사였다. 러시아는 왜 반세기 만에 다시 달 탐사선을 띄운 것일까.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미래 영토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달의 전략적 가치는 2008년 인도의 달 궤도 탐사선 찬드라얀 1호가 보낸 한 장의 사진으로 급등했다. 달에 물과 얼음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3월 중국의 무인탐사선 창어 5호가 2020년 채취한 달 토양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달에 수천t 규모의 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은 물을 미래의 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핵심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식수나 냉각장비에 사용될 수 있고, 태양계 더 먼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로켓 연료를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다. 달에는 핵융합의 원료인 헬륨 동위원소(헬륨-3)와 희토류 등 희귀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남극 착륙은 달 다른 지역보다 훨씬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69년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착륙한 달 표면은 햇빛이 비추는 쪽이었지만, 남극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상대적으로 어둡고 지형을 구분하기 힘들다. 또 분화구와 바위 등이 더 많아 착륙 난이도가 높다.

인도, 네번째 달 착륙·최초 남극 탐사 성공할까

루나 25호에 이어 또다른 달 탐사선이 남극 정복에 도전한다. 바로 인도의 세 번째 무인 탐사선인 찬드라얀 3호다.

찬드라얀 3호는 지난달 26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5일 달 궤도 진입했으며 오는 23~24일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찬드라얀 3호가 임무에 성공할 경우 인도는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을 성공시킨 나라가 된다.


전통의 우주강국인 미국도 우주비행사를 남극에 보낼 계획이다. 지난해 말 무인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를 달 궤도에 띄워 정보를 파악한 나사는 내년 11월 승무원 4명을 태운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의 유인 비행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를 보내 우주비행사들이 달 남극 표면을 밟게 하는 게 목표다. 계획이 실현되면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3년만에 처음으로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디디게 된다.

중국 역시 '우주굴기(倔起)'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년 간 세 차례 무인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 중국은 2024년 달 남극을 탐사하는 창어 6·7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자국 우주인의 달 착륙을 시도하는 게 목표다.

민간 기업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휴스턴 소재의 우주기업 인튜이티브머신은 오는 11월 스페이스X 비행선에 달 착륙선 노바-C를 태워 민간 기업 중 가장 먼저 달에 깃발을 꽂겠다는 계획이다. 피츠버그에 있는 아스트로보틱테크놀로지는 내년 달의 수자원을 측정하기 위한 탐사로봇(로버)를 남극에 보낼 계획이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아이스페이스는 지난 4월 달 북반구에 착륙선을 착륙시킬 계획이었지만 연료 부족으로 임무에 실패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