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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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41)이 자폐 성향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재판과 관련, 검찰이 주호민 부부가 몰래 수집한 녹음본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7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곽용헌 판사)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증거능력 및 재판진행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의견서에 "이미 피고인 측에서 증거 능력을 동의했고, 만일 녹음파일과 해당 녹취록의 증거 능력이 부정되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호민 부부는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논란이 된 바 있으나, 검찰은 해당 대화 내용이 사실상 유일한 아동학대 혐의 관련 증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녹음기에 담긴 A씨의 "진짜 밉상이네", "고약하다", "너 싫다" 등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일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주호민 부부의 녹음 행위는 불법임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법안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녹음본이 아동학대죄를 입증할 형사적 증거 효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앞선 판례 중 2020년 서울동부지법은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한경닷컴에 "녹음 내용을 교사의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로도 쓸 수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의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사정이 있었단 점을 감안한다면, 형사상 증거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수교사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주호민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 조치된 뒤, 현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호민이 특수교사가 자기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경찰 고소를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