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호령하는 '건반의 神들'… 플레트네프·쉬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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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피아니스트 잇따라 내한
'천재' 플레트네프, 올 쇼팽 프로그램 선보여
1978년 차이콥스키 우승…세계 유수 음반상 석권
'피아니스트의 교과서' 쉬프, 레퍼토리 비공개
글렌 굴드의 후계자로 눈도장…세계무대 휩쓸어
완전히 다른 연주 스타일
"쉬프는 완벽한 피아니스트, 플레트네프는 독창적 예술가"
'천재' 플레트네프, 올 쇼팽 프로그램 선보여
1978년 차이콥스키 우승…세계 유수 음반상 석권
'피아니스트의 교과서' 쉬프, 레퍼토리 비공개
글렌 굴드의 후계자로 눈도장…세계무대 휩쓸어
완전히 다른 연주 스타일
"쉬프는 완벽한 피아니스트, 플레트네프는 독창적 예술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이름 하나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의 공연’이라 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이 레퍼토리나 프로필, 장소 등은 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 자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되는 그런 음악가들 말이다.
오는 9~10월 한국을 찾는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70),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6)가 대표적이다.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내한 소식에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다. 바흐, 베토벤, 쇼팽 등 전설들의 피아노 명곡을 거장(巨匠)의 손길로 감상할 기회라서다.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먼저 청중과 만난다. 오는 9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서다.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에서 그는 ‘올(all)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가 쇼팽에 정통한 음악가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연은 더욱 값지다. 플레트네프가 관현악 파트를 편곡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은 다닐 트리포노프, 선우예권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에 의해 줄곧 연주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가 얼마나 쇼팽 음악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주력은 말할 것도 없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플레트네프는 예술가라는 호칭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1978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90년 러시아의 첫 민간 악단인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를 창단했다. 2008년 악단을 그라모폰 선정 월드베스트 15위에 올려놓는 명지휘자로 부상하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의 과감한 행보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1996년 스카를라티 소나타 음반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받았고, 2005년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직접 편곡해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한 앨범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그에게 ‘악마의 재능을 지닌 천재’란 별칭이 붙는 이유다. 안드라스 쉬프는 오는 10월 중 예술의전당(3일), 부산문화회관(4일), 경기아트센터(6일)에서 세 차례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내한이다. 쉬프의 무대는 독특하다. 청중이 미리 공연 레퍼토리를 알 수 없다. 쉬프는 공연 당일 무대 음향, 피아노 상태, 청중 상황 등을 고려해 곡목을 정한 뒤 현장에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 공연도 역시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 정도의 정보만 알려져 있다. “2년 뒤 저녁 식사 메뉴를 지금 고르지 않듯, 미리 연주 프로그램을 정해두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다.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로 관객에게는 새로움을, 나에게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연주자가 쉬프라면 레퍼토리가 무엇이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의 이름 앞에는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등의 화려한 수식어들이 흔히 따라붙는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1975년 리즈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활동 초창기부터 캐나다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후 영국 BBC 프롬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쉬프가 녹음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 음반과 함께 가장 저명한 앨범으로 꼽힌다. 1990년에는 '바흐: 영국 모음곡'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차지했다. 쉬프와 플레트네프 모두 좋은 연주를 선보일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흥미로운 건 두 거장의 연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데 있다. 쉬프가 치밀한 악보 분석에 근거한 명료한 연주로 작품 고유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면, 플레트네프는 본인만의 음악적 아이디어로 작품을 재해석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쉬프는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다. 마치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듯 작품을 속속들이 보여준다"며 "이에 반해 플레트네프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작품들을 소화한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음악이지만 어떤 연주보다 강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쉬프가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한 연주자라면, 플레트네프는 시도 그 자체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오는 9~10월 한국을 찾는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70),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6)가 대표적이다.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내한 소식에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다. 바흐, 베토벤, 쇼팽 등 전설들의 피아노 명곡을 거장(巨匠)의 손길로 감상할 기회라서다.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먼저 청중과 만난다. 오는 9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서다.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에서 그는 ‘올(all)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가 쇼팽에 정통한 음악가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연은 더욱 값지다. 플레트네프가 관현악 파트를 편곡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은 다닐 트리포노프, 선우예권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에 의해 줄곧 연주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가 얼마나 쇼팽 음악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주력은 말할 것도 없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플레트네프는 예술가라는 호칭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1978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90년 러시아의 첫 민간 악단인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를 창단했다. 2008년 악단을 그라모폰 선정 월드베스트 15위에 올려놓는 명지휘자로 부상하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의 과감한 행보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1996년 스카를라티 소나타 음반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받았고, 2005년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직접 편곡해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한 앨범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그에게 ‘악마의 재능을 지닌 천재’란 별칭이 붙는 이유다. 안드라스 쉬프는 오는 10월 중 예술의전당(3일), 부산문화회관(4일), 경기아트센터(6일)에서 세 차례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내한이다. 쉬프의 무대는 독특하다. 청중이 미리 공연 레퍼토리를 알 수 없다. 쉬프는 공연 당일 무대 음향, 피아노 상태, 청중 상황 등을 고려해 곡목을 정한 뒤 현장에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 공연도 역시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 정도의 정보만 알려져 있다. “2년 뒤 저녁 식사 메뉴를 지금 고르지 않듯, 미리 연주 프로그램을 정해두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다.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로 관객에게는 새로움을, 나에게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연주자가 쉬프라면 레퍼토리가 무엇이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의 이름 앞에는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등의 화려한 수식어들이 흔히 따라붙는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1975년 리즈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활동 초창기부터 캐나다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후 영국 BBC 프롬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쉬프가 녹음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 음반과 함께 가장 저명한 앨범으로 꼽힌다. 1990년에는 '바흐: 영국 모음곡'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차지했다. 쉬프와 플레트네프 모두 좋은 연주를 선보일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흥미로운 건 두 거장의 연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데 있다. 쉬프가 치밀한 악보 분석에 근거한 명료한 연주로 작품 고유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면, 플레트네프는 본인만의 음악적 아이디어로 작품을 재해석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쉬프는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다. 마치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듯 작품을 속속들이 보여준다"며 "이에 반해 플레트네프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작품들을 소화한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음악이지만 어떤 연주보다 강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쉬프가 자신만의 언어를 완성한 연주자라면, 플레트네프는 시도 그 자체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