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얼마 전에 압구정 재건축 설계안 때문에 떠들썩했죠.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절차적인 문제가 뭐였는지를 떠나서 '정말 그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지어질까' 생각한 분들 많으실 거예요. 왜냐면 조감도와 실물은 언제나 너무너무 다르니까요.
아파트 실물을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흥청망청]
먼저 용어부터 정리할게요. 조감도는 새 조(鳥)를 쓰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이에요. 버드아이 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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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가 아니라 옆에서 보는 그림은 투시도라고 합니다. 사실 각도 차이만 있는 컴퓨터 그래픽(CG)이기 때문에 오늘은 다 묶어서 얘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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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단지의 실물은 이런 모습입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오늘 주제를 이해하셨으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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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감도도 크게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옛날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같은 거예요. 실제 설계를 기반으로 했다기보단 "그냥 이런 사업을 할 거야"라고 스케치해서 대중을 이해시키는 용도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양산차가 아니라 콘셉트카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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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업에 들어가면 처음엔 얼추 가능한 선에서 창의적인 설계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예산 빔'을 한 번 맞습니다. 방금 봤던 곡선, 초고층 이런 것들이 보통 여기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깎인 예산 안에서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하라는 주문이 들어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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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꾸역꾸역 설계를 합니다. 하지만 사실 안 되는 게 굉장히 많아요. 건물을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 포인트동은 어디에 둬야 하는지, 색칠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자체에서 다 정해둡니다. 심지어 너무 멋있게 하면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건축심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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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예산과 가이드라인에 맞춘 설계를 완성하면 인허가를 위한 러프한 조감도를 한 번 그리게 됩니다. 담당 공무원도 뭘 봐야 이해가 되니까요. 그렇게 인허가를 통과하면 이제 조감도를 제대로 그립니다.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장사를 해야 하니까요. 준공 전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조감도가 청약할 때 보는 그 조감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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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나 투시도는 몇 가지 도면을 토대로 제작합니다. 일단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본 배치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창문은 어디로 나고 입구는 어디에 있는지 동별, 층별로 평면도에서 확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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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세워둔 옆모습, 입면도까지 보고 반영하면 이렇게 3D로 조합이 되겠죠. 이제 어디 마감재는 뭐고, 무슨 색이고, 이런 것들을 확인한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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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이런 모습이 되는 거죠. 방금 전과 같은 단지인데 느낌이 확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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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우리가 셀카 찍을 때와 똑같아요. 나의 장점을 가장 부각시킬 수 있는 구도, 그러면서도 단점은 최대한 가릴 수 있는 구도를 찾아낸 다음 보정을 약간 먹이잖아요. 조감도를 볼 때 실물과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첫 번째 이유가 이것입니다. 심지어 햇빛의 방향, 창문에 반사되는 각도까지 다 계산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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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오해가 발생하느냐면, 요즘 아파트는 고급화한다고 커튼월룩을 반영하는 편이빈다. 그런데 너무 반짝반짝하다 보니까 '와 우리 단지 마린시티처럼 완전 거울로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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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단지도 예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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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물과 가장 가까운 건 여러분이 모델하우스에서 보는 모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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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실수로 모형도보다 멋있는 실물이 나오기도 하고, 조감도나 투시도보다 멋지게 지어지기도 해요. 아무래도 실물일 때 더 괜찮은 마감재들이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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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와 실물의 괴리감이 큰 이유 두 번째는 이런 부분입니다. 조경이 엄청 화려한데 여기 약간의 비약이 있어요. 우선 꽃들은 이렇게 일시에 피어나지 않아요. 도원결의를 해서 한날 한시에 죽을 것도 아니잖아요. 특히 벚꽃은 개화시기가 이른 편이어서 뒤에 있는 느티나무들 이런 친구들의 신록이 움트기 전에 피고 집니다. 이런 식으로 조경을 할 계획이란 의미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아니지만 약간의 과장은 있는 거죠. 디자인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연못 색도 많이 바뀌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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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감이 큰 이유 마지막은 주변 건물에 있습니다. 생략하진 않았지만 거의 투명하게 표현했잖아요. 실물로 보면 사실 깔끔해지는 주변 환경과 그닥 조화롭지는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단점은 철저하게 숨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단지 주변에 투명하게 표현한 객체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아파트 실물을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흥청망청]
사실 과거엔 말도 안 되는 조감도 그려놓고 아파트 팔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CG에 표현되지 않고 오묘하게 가려진 단점들은 여전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집만 옹벽뷰가 나오기도 하고요. 모집공고문과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문규·정준영·신정아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