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매달린 냄비와 숟가락...한국 떠난 소녀, 싱가포르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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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AM에서 전시하는 안예윤 작가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급인 SAM 전시
회화·설치·미디어·음악 넘나들어 주목
"고여있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급인 SAM 전시
회화·설치·미디어·음악 넘나들어 주목
"고여있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숟가락, 냄비, 컵, 칫솔, 의자….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사물들이 싱가포르아트뮤지엄(SAM) 천장에 걸려있다. 언뜻 보면 불규칙하게 놓여있는 것 같지만, 작품 곁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과 함께라면 달라진다. 일상의 소리를 중첩되게 녹음한 음악과 함께 작품을 보노라면, 저마다의 높이로 걸려있는 사물들은 금세 공중의 오선지에 그린 음표처럼 느껴진다. 한국인 안예윤 작가(29)가 만든 설치작품이다.
SAM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 격인 곳. 싱가포르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도 아닌 '토종 한국인' 신인 예술가가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한 건 드문 일이다. 안예윤은 어떻게 SAM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까. 최근 화상으로 만난 안 작가에게 묻자 그는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선택한 결과"라며 웃었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곧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입시 미술에 실망해 한국 대신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자유로운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정물화나 석고, 소묘 같은 미술을 배워도 늘 자유로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으레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싱가포르의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생소한 싱가포르식 영어를 알아듣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논문을 읽고 필사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그야말로 절박했다"며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에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게 오히려 부담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에게 장소나 장르의 한계는 없다. 어떨 땐 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과 영상을 극장 내 소품과 매치시켜 선보이고, 어떨 땐 제주도의 창고를 개조해서 비닐로 만든 설치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2020년엔 도로 위 달팽이를 구하는 영상작품을 SNS에서 보고 SAM 큐레이터가 "작품이 독특하다"며 "전시에 작품을 써도 되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20년 '달팽이 영상' 이후 안 작가가 SAM에서 두 번째로 참여하는 전시다. 작품 의 제목은 '일상의 충돌가속기'. 그는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역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한다"며 "각각의 음표가 모여서 하나의 음악 을 만들듯, 사람이 사물과 맺는 수많은 관계가 쌓여 일상이 완성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작가'는 앞으로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을까. 인터뷰 끝자락에 그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로는 'breezy'한 작가요. 직역하면 '통풍이 잘 되는'이란 뜻인데, 자유롭게 유영한다는 뜻이에요. 고여있지 않고 매체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람, 그런 예술가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SAM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 격인 곳. 싱가포르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도 아닌 '토종 한국인' 신인 예술가가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한 건 드문 일이다. 안예윤은 어떻게 SAM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까. 최근 화상으로 만난 안 작가에게 묻자 그는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선택한 결과"라며 웃었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곧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입시 미술에 실망해 한국 대신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자유로운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정물화나 석고, 소묘 같은 미술을 배워도 늘 자유로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으레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싱가포르의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생소한 싱가포르식 영어를 알아듣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논문을 읽고 필사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그야말로 절박했다"며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에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게 오히려 부담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에게 장소나 장르의 한계는 없다. 어떨 땐 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과 영상을 극장 내 소품과 매치시켜 선보이고, 어떨 땐 제주도의 창고를 개조해서 비닐로 만든 설치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2020년엔 도로 위 달팽이를 구하는 영상작품을 SNS에서 보고 SAM 큐레이터가 "작품이 독특하다"며 "전시에 작품을 써도 되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20년 '달팽이 영상' 이후 안 작가가 SAM에서 두 번째로 참여하는 전시다. 작품 의 제목은 '일상의 충돌가속기'. 그는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역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한다"며 "각각의 음표가 모여서 하나의 음악 을 만들듯, 사람이 사물과 맺는 수많은 관계가 쌓여 일상이 완성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작가'는 앞으로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을까. 인터뷰 끝자락에 그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로는 'breezy'한 작가요. 직역하면 '통풍이 잘 되는'이란 뜻인데, 자유롭게 유영한다는 뜻이에요. 고여있지 않고 매체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람, 그런 예술가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